한 해의 묵은 피로는 온천욕으로

입력 2007-12-27 14:06:38

모락모락 수증기 따라 가족간 정도 몽실몽실

몸이 움츠려 들면 마음도 따라 움츠리게 되죠. 가뜩이나 한해의 묵은 피로가 덕지덕지 쌓인 몸과 마음. 연말모임의 잦은 술자리로 몸은 천근만근이고 한 해를 정리해야겠다는 조급함이 어깨를 짓눌러 마음은 좀체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쁘고 조급해질수록 쉬어갈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몸의 피로와 마음의 안달을 확 풀어버릴 방법을 궁리하다 얻은 결론이 '온천'입니다.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탕.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가봤더니 신경을 타고 흐르는 온기가 지친 심신을 어루만집니다. 요즘 온천은 몸만 담그는 대중탕 외에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온천욕의 재미도 쏠쏠합니다.

기분 좋은 물의 부력과 수압을 이용한 각종 서비스 풀이 있어 지겹지도 않고요. 힘차게 내리치는 물줄기에 목덜미를 갖다대자 굳었던 어깨 근육이 풀리며 몸은 한결 가뿐해지더군요.

살가운 가족간에 느끼는 스킨십 또한 얼마만인지. 마냥 어릴 줄만 알았던 딸아이의 엉덩이가 제법 토실토실해졌다는 것을 안 것도 온천욕이 주는 선물입니다.

물놀이에 정신없는 아이들을 잠시 두고 혼자서 노천탕에 몸을 담궈봤습니다. 세찬 겨울바람이 얼굴을 때리지만 몸은 뜨겁게 데워지는 노천탕. 눈을 지그시 감고 한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무자년(戊子年) 새해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지금 이대로 가정의 평온과 가족의 건강을 빌어봅니다. 심신에 안온함이 밀려오면서 몸 속 깊이 각인된 스트레스가 한 겹 두 겹 벗겨집니다. 그리곤 잠시 후 새로운 활력이 솟아납니다.

귀가를 스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얼마 남지 않은 정해년(丁亥年 )연말 온천 한 번 갔다 오시지요.

뜨거운 온천수의 수압을 이용해 눕거나 앉아서 몸 곳곳을 압박해주는 '바데풀'과 물놀이 개념의 '워터파크'가 결합해 겨울시즌 온천욕의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이전의 온천욕이 병 치료나 휴양 개념이 강했다면 요즘은 겨울시즌에도 실내·외에서 다양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테마성 온천'이 널리 유행하고 있다.

인공파도를 이용한 파도타기와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는 물 미끄럼틀의 스릴, 굳어있는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각종 지압욕과 노천탕은 온천의 낭만을 만끽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현재 대구·경북 온천들 중 중·대형급의 테마성 온천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너 곳 정도. 오랜만에 가족들이 흥겨운 물놀이를 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온천여행을 떠나보자.

◆겨울 속 여름 낭만

대구 도심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스파밸리 온천. 밖은 여전히 겨울 동장군이 세찬 입김을 불어대지만 안은 아랑곳 않고 유유자적 물놀이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증류수와 정제된 소금을 섞은 양수탕에서는 유아들이 엄마 품에 안겨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을 튕기고 옆에는 소아들이 놀이시설이 갖춰진 풀에서 물놀이가 한창이다.

좌위욕, 침욕, 물맞이욕, 스트레치욕, 버섯분수 등 온천수가 만들어내는 각종 이벤트에 몸을 맡긴 사람들과 물놀이에 흠씬 빠진 아이들이 내는 웃음소리로 실내는 여름 같다.

굵은 물줄기가 뿜어지는 물맞이욕 앞에 서자 부드럽고도 강한 수압이 굳은 어깨를 기분 좋게 풀어준다. 침욕탕에 몸을 반쯤 눕히자 물속에서 가는 물줄기가 옆구리와 등을 지압하듯 뿜어 나온다. 적당한 부력과 물이 자극하는 혈이 점차 풀리면서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길이 약 250m에 인공파도가 일고 곳곳에 쉼터가 마련된 유수풀에서는 적당히 흐르는 물의 속도에 몸을 실으면 파도를 따라 움직이는 출렁임이 안락하다.

중국과 터키에만 산다는 닥터피쉬가 떼 지어 다니는 탕에 들면 조그만 물고기들이 각질을 먹으려고 발로 모이는데 처음엔 소스라치게 간지럽다가도 조금 지나면 녀석들의 입질에 익숙해지는 경험 또한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이색 체험거리이기도 하다.

노천탕에서는 겨울에 맨몸으로 맞아보는 산바람이 되레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 몸을 덥고 머리는 차가운, 그래서 혈액순환을 돕고 송구영신의 회고와 설계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온천욕과 주의할 점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 외상에 의한 운동장애 극복 등에 온천은 치료적 효용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온천 특유의 화학성분외에 물의 부력, 압력, 저항에 의한 물리적 자극이나 온천온도와 피부온도 차이에서 오는 온열효과가 몸과 마음에 진정효과를 준다는 점이 온천욕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온천의 온열작용은 수축한 근육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더운 물에 오랫동안 입욕을 하면 수압으로 인해 혈액이 심장으로 역류할 수도 있으므로 고혈압과 심장병 환자들은 너무 장시간 입욕하는 것을 삼가고 입욕 전에 미리 머리에 온천물을 끼얹고 탕에 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약자의 경우 온천에 몸을 담근 후에는 나오는 순간 뇌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입욕시간은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처음엔 5분~10분간 하고 익숙해지면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좋다.

원래 온천욕이 건강의 효과를 지니려면 어느 정도의 시일이 필요한데 보통 2~3주간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음용은 식사 전 30분에서 1시간, 또는 공복상태에 마시는 것이 적당하며 신장이 나쁜 사람은 식염천이나 소다천 등 염천의 음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 온천수 특성과 성분별 건강 효과

특성과성분-질병

라돈-신경통, 류머티스

염분-만성피부질환, 지방과다

나트륨-환원제, 제산제

칼슘-제산제, 지사, 이상발효

탄산천, 유황천-고혈압

황산염천, 탄산천, 유황천-동맥경화

수소탄산천, 황산염천, 유황천-당뇨병과 통풍

황산염천-비만

수소탄산천-간장병

염화물천, 황산염천, 탄산천, 유황천-변비

염화물천, 수소탄산천, 산성천, 황산염천, 유황천-만성피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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