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德談

입력 2007-12-27 11:06:37

중국 춘추시대 내란으로 피신했다 재위에 오른 제환공이 포숙아와 관중, 영척 등 측근들과 연회를 열었다. 자축의 흥이 가득한 자리에서 제환공이 포숙아에게 덕담을 청했다. 포숙아는 이렇게 말했다. "성상께서는 거국으로 피신하여 곤궁을 겪으셨던 경력을, 다정한 벗 관중은 노나라에서 묶인 몸을 풀고 제나라로 돌아올 때 겪었던 고난을, 영척도 왕년에 마차 아래서 당했던 재난을 잊지 말 것을 바랍니다." 성공했다고 교만하지 말고 어렵던 역경의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故事成語(고사성어) '물망재거'의 유래다.

德談(덕담)은 잘 되기를 비는 마음을 담고 있다. 말에 실린 영적인 힘이 말한 대로 이뤄지게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른들은 자라나는 아랫사람들에게 건강과 복을 빌어 주고 신혼의 짝에겐 득남과 부귀다복을 기원하며 수험생에겐 합격을, 구직자에겐 취업의 소망을 대신 말해준다. 덕담은 듣고 말하는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듣기 좋은 말이라고 모두 덕담은 아니다. 듣기 좋은 말이라도 상대에 따라 서글프고 처량한 말이 된다. 늙고 병든 이에게 무병장수 만수무강의 기원은 삶의 아쉬움과 피할 수 없는 세월의 운명을 절감하게 할 뿐이다. 삶조차 팽개치고 싶은 가난한 이에게 부자 운운의 소리는 서글픈 신세를 더욱 처량하게 만든다. 그래서 말은 무섭다고 하는 모양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벼슬은 그 시대 최고의 가치였다. 그러기에 임금의 잘못을 지적하는 간언에는 벼슬은 물론 목숨까지 걸었다.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도 대간들에게는 엄한 임금이었다. 세종실록에는 의금부 옥졸들이 '대간들이 지금은 憲司(헌사)에 앉아 있으나 내일이면 하옥돼 나의 제어를 받을 것'이라고 조롱한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그래도 선비들은 쓰고 아픈 간언이 임금의 통치에는 덕담이라고 믿었기에 목숨을 걸었다.

이맘때면 각계 각층에서 덕담이 쏟아진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서부터 새해를 기원하는 사자성어도 다양하다. 저마다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기원한다. 대통령 당선자를 향한 덕담도 많다. 지지층은 물론이고 다시는 안 볼듯 싸우던 경쟁자까지 새 시대를 위한 덕담을 건넨다. "측근들이 모두 옳다고 해도 백성들이 옳다고 한 뒤에야 그 말을 쓰라"고 한 맹자의 말이 떠올려진다.

서영관 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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