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그사건 그이후] ③보이스피싱

입력 2007-12-27 09:19:45

주춤하던 '전화사기' 최근 다시 고개

S씨(74·대구 달서구 월성동)가 "국민연금 환급금이 남아 있다."는 전화를 받은 것은 22일 오전 10시쯤.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을 사칭한 사람은 S씨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묻고는 월배농협으로 갈 것을 종용했다. 이후 전개된 장면은 고전적인 보이스피싱 수법과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남아있던 비상금 106만 원은 1시간 만에 고스란히 이체됐다.

지난해 등장한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 아직까지 통하고 있다. 더 이상 속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찰과 금융기관 등의 주의 경고와 개선책으로 점차 숙지는 분위기지만 변종 수법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실정이다.

◆고전 수법, 아직도 통한다?

국세청 직원을 사칭, 세금을 환급해준다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보이스피싱'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6월쯤. 이후 서너 달 최고조에 달한 뒤 잠시 주춤했으나 유괴·납치 등의 방법을 접목시키면서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고전적인 방식도 여전히 통한다는 게 경찰의 얘기다. 최근에는 피해 발생 건수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지난 7일 고전적인 수법에 피해를 입은 K씨(46·여·달서구 용산동)는 "카드회사인데 신용카드 대금이 연체된 걸로 나온다. 이상한 게 있어 우리가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며 "혹시 잘못될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계좌 보안설정을 다시 해야 하니 현금인출기로 가라."고 해 결국 460만 원을 사기당했다.

◆변종 수법까지

J씨(49·달서구 월성동)는 신종 보이스 피싱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J씨는 지난 14일 전화를 통해 "고객님께 소포를 발송했는데 사람이 없어서 반송됐다."며 "서울 강남구 역삼우체국인데 이름을 알려달라고 해 알려준 뒤부터 연락이 없다."고 했다. '신용카드번호를 알려 달라.'는 등의 ARS 안내 뒤 안내원이라는 사람이 집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자세하게 물었고, 의아하게 생각한 J씨가 꼬치꼬치 캐묻자 전화를 끊어버렸다는 것. 그냥 그러려니 했던 J씨는 최근 우정사업본부의 "전화를 걸어 우체국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묻는 보이스 피싱이 유행하고 있다."는 '보이스 피싱 주의보'를 듣고서야 신종 수법에 당할 뻔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경찰은 허위 ARS 전화에 잘못 응대하면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물론 부당한 전화요금이 청구될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대책은 어떻게 마련됐나?

올 초부터 은행의 자동화기기(CD/ATM기)에 '전화사기를 조심하라.'는 주의 문구가 나붙었고 주의 공고문, 스티커, 전단지 등 각종 홍보물과 보이스 피싱 피해 예방 10계명까지 발표됐다. 또 의심되는 계좌는 주의계좌로 등록, 자동화기기 거래를 금지하고 창구거래만 가능케했다.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 또는 은행의 요청으로 지급정지를 하도록 한 전화사기자금 긴급지급정지제도가 도입됐고, 사기범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준 경우 이로 인한 금융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가 줄지 않자 경찰은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기관에 보이스 피싱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각종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달서경찰서 한 관계자는 "보이스 피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이달 초 예방 유인물 1만 부를 제작, 배포하고 주요 은행에 '보이스 피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음성 시스템 설치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 한 해 보이스 피싱과 관련된 사건 82건을 적발해 88명을 검거, 이 중 23명을 구속했는데 피해액만 6억 9천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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