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일 시작하자" 李 당선자 인수위 현판식

입력 2007-12-27 09:53:45

지난 25, 26일에 걸쳐 이뤄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은 시간이 문제였다. 정권 인수인계 작업은 시간을 다투는 중대사인 만큼 인선과 일정 모두 시간 싸움에 쫓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이명박 당선자는 26일 오후 최종 인선이 마무리되자 서둘러 인수위 현판식을 가졌다. 당초 일정보다 하루 앞당겼다. 이 당선자는 "사람이 정해졌으면 곧바로 일을 시작하자."고 했다. 하지만 인수위가 들어설 삼청동 금융연수원은 이날 오후까지 사무공간 확보를 위한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몇몇 인수위원에 대한 인선도 시간에 쫓긴 흔적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까지 법무·행정위 간사로 내정돼 발탁이 확실시되던 김상희 전 법무차관은 이날 오후 정동기 전 차관으로 갑자기 교체된 케이스. 김 전 차관의 2005년 삼성 '떡값' 연루의혹 때문이다. 본인이 삼성비자금 특검이 있는 상황에서 "이 당선자에게 누를 끼칠 수 없다."고 끝내 고사했다. 이날 오전까지 인선에 고심했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산하 기후변화·에너지대책 TF 허증수 경북대 교수는 이날 오후 인선을 통보받고 부랴부랴 상경했다.

이 같은 시간싸움은 현역 정치인의 인수위 전진배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정치인은 배제한다."고 했던 인수위에 현역의원들이 대거 들어가게 된 것은 인수위원을 일일이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검증과정을 거친 정치인 중에서 이 당선자가 선거기간 눈여겨본 인사들이 대거 발탁된 것이다.

일부 인선은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했다. 당초 기획총괄 간사로 유력했던 박형준 당 대변인은 3선 맹형규 의원의 출현으로 총괄자리에서 밀렸다. 박 대변인은 이 당선자의 BBK의혹을 전면에서 원만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당선자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 이 당선자가 "박 대변인은 전면에서 활동하기보다 간사회의 참석이 가능한 자리에서 거중 조정역을 하면 된다."고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당선자 대변인에 발탁된 주호영 의원도 막판까지 나경원 대변인과 경합을 벌였다. 당 경선과 선대위 구성 때부터 대변인 발탁이 거론됐던 주 의원은 특유의 친화력과 논리력 때문에 이 당선자의 최종 낙점을 받았다.

인사에 관한 이 당선자의 '철통보안'도 화제가 됐다. 당선 직후 인수위 구성안과 관련해 보고를 받던 이 당선자는 인수위원장에 대해 사전 언론보도가 나온 데 대한 책임을 물어 해당 측근의 보고를 한동안 받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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