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체형의 키가 큰 김모(40) 씨. 전형적인 '코골이 체형'(비만형)도 아닌 그는 얼마 전까지 아내와 각방을 써야 할 정도로 코를 심하게 골았을 뿐 아니라 잠자는 동안 호흡이 적은 수면무호흡증도 있었다. 결혼 뒤 10년 동안 '소음'을 참아왔던 아내. 마침내 남편의 손을 이끌고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목젖에 문제가 있었다. 장치물을 연구개에 끼우는 간단한 시술(임플란트)로 수면무호흡증은 사라졌고, 코골이 소리도 70% 정도 줄었다.
코골이는 단순히 옆 사람을 괴롭히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거나 심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을 부를 수도 있다.
◆습관성 코골이 건강에 치명타
미국의 의학지 '당뇨관리' 최신호는 일주일에 5일 이상 코를 고는 습관성 코골이 환자의 염증 지수가 정상인의 2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코골이 진동이 상기도에 미세한 손상을 일으켜 염증세포를 증가시키기 때문. 몸속에 염증세포가 많으면 가래와 기침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위염, 식도염 등을 자주 일으킨다. 또 습관적으로 코를 고는 사람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잠자는 동안 산소 부족 현상을 겪는다. 코골이로 잠자는 동안 여러 번 숨이 막히거나 수면 중 숨을 들이마시는 양이 깨어 있을 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의학지 '랜싯'에 따르면 심각한 코골이 환자는 치명적인 심혈관 합병증에 걸릴 가능성이 정상인의 2.9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를 심하게 골면 다음날 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낮에 자주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져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데 장애가 된다. 성격이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성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 역시 잠을 제대로 못 이뤄 비슷한 고생을 하기는 마찬가지.
◆소아 코골이
코를 심하게 고는 아이들은 숙면을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면 무호흡이 동반되면 성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 수면 무호흡이 심하면 돌연사가 나타날 수 있다. 소아 코골이의 원인은 대부분 구강 안에 있는 편도가 커져 있거나 임파선(아데노이드) 비대 때문이다. 코골이 증상과 함께 평소 감기에 걸리지 않아도 코가 자주 막혀 입으로 숨을 쉬거나 콧소리를 내고 자주 킁킁거리는 경우에 의심해 봐야 한다. 환절기 감기나 급성염증이 생긴 뒤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초교에 입학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5, 6세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고 편도선염을 자주 앓는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X레이나 내시경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성인 코골이
성인 코골이의 원인으로는 늘어진 목젖(연구개)이나 편도의 비대 등으로 인한 구강 내 질환(60%), 비염 및 축농증 등의 코 질환(30%) 등이 가장 흔하다. 성대나 후두에도 원인이 있다. 최근에는 과음, 불규칙한 생활습관, 비만, 조기 노화 현상 등으로 인해 코골이 증상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만으로 인한 코골이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비만 관리를 꾸준히 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코골이 수술과 임플란트 시술
코골이 수술에는 ▷연구개를 접어서 꿰매는 수술 ▷혀뿌리에 고주파를 쬐어 부피를 줄이는 수술 ▷혀를 앞으로 빼내는 수술 ▷휘어진 코뼈를 바로잡는 수술 등이 있다. 하지만 코골이의 원인이 다양하고 사람마다 체형이 달라 특정 수술법을 고집해서는 성공률이 낮다. 코골이 원인이 연구개에 있는 경우 최근 국내에 도입돼 성공률이 높은 임플란트 시술이 권장되고 있다. 이 시술은 폴리에틸렌수지로 만든 재료를 늘어지거나 탄력성을 잃은 연구개의 근육에 끼워 넣는 방법이다. 우산을 펴면 우산살(임플란트)이 우산 천(연구개)을 팽팽하게 당겨주는 원리와 같다. 임플란트 시술은 잠자는 동안 늘어진 연구개로 인한 무호흡증이나 코골이를 많이 줄여준다. 이 시술은 국소마취를 통해 10~20분 안에 끝나며, 통증과 출혈이 거의 없다. 하지만 편도가 크고, 비만한 경우, 비염으로 코가 많이 막히는 경우는 임플란트 시술 대상이 아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김광훈 맥연합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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