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고객 만족과 고객 사랑

입력 2007-12-26 07:00:00

최근 고객 만족이 경영 화두로 꼽히고 기업 경영의 우선과제로 논의되면서 고객이 느끼는 만족이라는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고객 만족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상품과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만족감을 주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재구매와 신뢰감을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사이클(communication cycle)을 말한다.

고객만족경영(Customer Satisfaction Management)은 경영의 모든 부문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을 만족시켜 기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고객만족경영은 기업 구성원들에게 고객 중심적인 사고를 갖게 하여 기업을 고객지향적인 체제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한다.

고객만족경영은 고객제일주의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평가·분석함으로써 불만 요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상품 및 서비스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클레임과 같은 마이너스 평가 방지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고객 만족도를 어떻게 창출하느냐는 단계로 발전해 기업이나 조직의 혁신수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방식을 고객 지향적으로 바꾸어 시스템화하는 것이 고객만족경영의 핵심이다.

그런데 고객 만족이 경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보면,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도 재구매를 하지 않고 떠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관리상 한계점 때문이기도 한데, 고객 만족을 측정하는 개별 요인들이 고객의 통합적인 재구매 動因(동인)과 다른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소비자의 다양성에 대한 추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인간은 다양성을 통한 만족의 배가라는 본성이 있어 한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만족하였다 할지라도 또 다른 것을 구매함으로써 개인이 추구하는 다양성을 실현하려 한다. 고객 만족에 대한 정의 자체도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고객 만족이라는 것이 고객의 기대를 전제로 하여 이 기대와 실제 성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보니 고객 기대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고객 만족의 성과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 경우 고객이 잘못된 기대를 가지고 있거나 그릇된 만족을 추구하는 경우에도 기업은 이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즉 기업이 고객의 모든 기대와 욕구를 수동적으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기업이 고객의 기대와 욕구를 존중하되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고객이 그릇되거나 과잉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이익이 생긴다고 할지라도 기업은 이를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친구가 좋지 않은 것을 요구하였을 때 이를 거절하고 참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선한 친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선한 친구가 지니고 있는 마음은 친구를 무조건적으로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 대한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이 지향하여야 할 경영방침은 단순한 고객 만족보다는 고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구현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고객의 진정한 '有益'(유익)을 위해 기업이 봉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고객의 참 사랑을 이끌어내게 된다.

필자가 경영하는 대성그룹에서는 매년 12월, 대구·경북 지역의 소외 계층 어린이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공연도 함께 관람하는 사랑의 음악회를 개최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시작한 사랑의 음악회였지만 이제는 단순한 의무를 다하는 차원을 넘어 직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사랑을 기반으로 진정한 섬기는 교육의 장이자 지역의 잔치로 바뀌었다.

성경을 보면 제자들이 예수님께 율법 중에서 어느 계명이 가장 큰지를 물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하나님과 함께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기업들이 고객을 사랑하는 것을 자신과 같이하라는 말과 상통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객을 사랑하는 기업, 고객이 사랑하는 기업"이야말로 바로 오늘날 기업들이 본연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인 고객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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