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 감동이 아쉽던 2007

입력 2007-12-25 08:53:04

크리스마스와 함께 연말이 깊어가면서 올해의 스포츠도 저물어간다. 각종 스포츠 시상과 결산이 마무리되어지면서 스포츠 팬들은 올해의 스포츠를 되돌아보게 된다. 올해에는 예년보다 스포츠의 감동이 적어 아쉬움을 남긴 해로 여겨진다.

수영 스타 박태환과 피겨 스타 김연아의 쾌거가 있었지만 가장 대중적인 프로 스포츠에서 느끼는 감동은 크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은 일본을 연파하며 세계 4강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승엽의 짜릿한 홈런과 박찬호의 호투, 이진영의 그림같은 수비가 나와 팬들을 열광시켰다.

2005년에는 축구 스타 박주영이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간결하면서도 현란한 드리블과 천부적인 골 감각으로 축구 열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2004년에는 아테네 올림픽의 감동이 있었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의 극적인 역전 발차기, 그리고 최근에 영화화되어 나오는 여자 핸드볼팀의 감동적인 결승전 등 잊지 못할 순간들이 많았다.

올해에는 그다지 그렇지 못했다. 포항 스틸러스가 프로축구 플레이오프에서 멋진 연승 행진을 벌이며 챔피언이 되었고 SK와이번스가 2연패 후 4연승으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되었지만 그 외에 이렇다 할 것은 떠오르지 않는다. 해외 축구 스타들은 부상과 부진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고 이승엽의 홈런포도 주춤했으며 메이저리그의 한국 선수들은 잇따라 짐을 싸 귀국했다. 미국프로골프투어에서 최경주가 정상급 선수로 자리잡았지만 전체적으로 해외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은 예년만 못했다.

지역 스포츠 팬들도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FC의 성적이 좋지 못했고 대구 오리온스가 연패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어 신나는 한 해가 되지 못했다.

감동적인 경기와 감동적인 순간도 언뜻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릭 엔키엘의 이야기가 그나마 감동을 주었다. 두드러지게 촉망받는 투수였던 릭 앤키엘은 어느 순간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에 걸려 방황하더니 올 시즌 타자로 전향, 복귀하면서 극적인 홈런을 잇따라 날려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약물 복용설로 인해 빛이 바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감동 보다는 추문이 많은 한 해가 되고 말았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약물 파동은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 등 슈퍼스타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K리그에서 폭력과 심판 판정 시비 등으로 그라운드가 얼룩지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많았다. 다가오는 2008년에 스포츠 팬들은 추문 보다는 감동을 느끼고 싶어하며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길 기다릴 것이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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