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청송 주왕산

입력 2007-12-25 07:24:37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는 오묘한 암봉

푸른 솔의 고장인 청송(靑松)에는 주왕산이 있다. 주왕산(周王山)은 다른 국립공원들에 비하면 매우 나지막한 산이다. 해발 720m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폭포와 기암절벽, 그리고 더 이상의 조탁을 불허하는 암봉미의 조화로움 때문에 일찍부터 조선팔경 중의 하나로 꼽힌 명산이다. '택리지'에서 이중환은 '마음과 눈을 모두 놀라게 하는 산'이라는 말로 주왕산의 뛰어난 경관을 묘사했다.

주왕산은 거대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선 산세 때문에 험한 산으로 분류된다. 높지 않으면서도 계곡 좌우로 펼쳐지는 산세가 여간 웅장하고 험준하지 않다. 또한 골짜기가 깊고 가파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둥글둥글한 모양이어서 어디 특별히 뾰족하거나 모난 곳이 없다. 마치 미국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옐로스톤 공원을 방불케 한다.

주왕산의 기암절벽들은 주왕산 탐승의 길목인 대전사에서부터 주방계곡을 따라 약 2㎞ 지점까지에 밀집되어 있다. 계곡의 물소리를 즐기며 평탄한 탐승로를 따라 20분쯤 걸어가면 주왕산 기암지대가 시작된다. 망월대, 병풍바위,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등 수십m를 넘는 수직의 암봉들이 계곡 양쪽에서 하늘을 뚫을 듯이 치솟아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그 중에서도 학소대 부근은 압권이다. 겹겹이 늘어선 수직 절벽은 전국의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다. 또한 주왕산 기암절벽 사이로는 오묘한 형상의 폭포와 용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선녀들이 몸을 씻었다는 제1폭포를 비롯하여 제2폭포, 제3폭포, 선녀탕, 봉산못, 구룡소 등이 계곡 주류와 지류 여기저기 산재해 탐승객의 발길을 잡는다.

주왕산에 폭포와 기암절벽이 발달한 것은 이 지역 암석의 대부분이 화산쇄설물인 회류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왕산을 이룬 회류응회암은 공중으로 날아와 쌓인 일반 응회암과는 달리 화산재가 용암처럼 흘러내려 가다 멈춰 굳은 것이다. 용암 상태의 회류응회암이 냉각되면서 부피가 줄기 때문에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발달하게 되며, 이 주상절리를 따라 이뤄진 침식 작용으로 수직절벽과 계단 모양의 지형, 폭포 등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주왕산은 계곡 좌우로 펼쳐지는 기암과 폭포 등의 뛰어난 경치 외에도 울창한 침엽수림과 동식물의 자연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국립공원으로 꼽힌다. 깨끗이 보존된 계곡과 골골이 우거진 자연 상태의 원시림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1976년 국내에서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부터 지역민들이 쏟은 정성의 결과를 보는 것 같다.

주왕산은 또 전설이 풍부한 산이기도 하다. 입구의 대전사에서 조망하는 기암에서부터 골짜기에 널린 온갖 암봉과 동굴 등에 주왕의 전설이 얽혀 있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곳곳의 기암괴봉과 1, 2, 3폭포가 고유의 전설과 함께 한데 어우러져 산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대전사에서 제3폭포까지는 평탄하기 때문에 노약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등산을 하고자 할 경우에도 왕거암, 금은광이, 주왕산 등으로 오르는 5개의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다. 특히 골짜기가 외줄기로 나 있고 길을 벗어나려고 해도 온통 깎아지른 암봉들이 막아서기 때문에 잘못 들 염려도 없다.

최근 대구-포항간 고속국도가 개통되면서 주왕산 가는 길이 매우 가까워졌다. 안동에서 1시간 30분, 포항에서는 2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대구에서도 고속국도를 따라 북영천IC를 지나는 길을 택하면 2시간 30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다.

◆청송 주왕산에 대한 Q&A

▷주왕산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주왕산의 웅장하고 험준한 경치는 이 산의 격렬한 생성 역사의 산물이다. 주왕산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영덕 내연산과 함께 중생대 백악기, 지금으로부터 약 7천만 년 전에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것이다. 한반도가 이 시기엔 현재의 일본보다 화산활동이 더 활발했는데, 지금의 영남 동남부에서 전남 남해안으로 이어지는 활모양의 지역이 그 중심 무대였다. 당시 화산 폭발의 흔적은 안산암이나 유문암 등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의 지질을 통해 알 수 있다.

▷폭포와 용소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폭포는 강물이 수직으로 흐르는 상태로서, 유년곡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단단한 경암이 침식되지 않고 남아서 급사면이 되어 폭포를 이루거나, 본류와 지류의 합류점에서 형성되기도 하고, 지각 변동에 따른 경사의 변환부에 생기는 등 여러 형성 원인이 있다. 폭포의 낙하점에는 물의 소용돌이와 떠도는 돌이나 모래에 지반이 깎여서 오목한 형태의 용소(龍沼)가 생긴다. 떨어지는 폭포보다 용소를 더 중시하는 곳도 있는데, 이는 선녀가 목욕하고, 용이 사는 곳으로 신성시한 것에서 연유한다.

▷주왕산의 전설은 어떤 것이 있는가?

주왕산의 대표적인 전설은 고려 때 진 나라에서 복야상서란 벼슬을 지낸 주의의 후손 주도가 당 나라를 뒤엎고 진 나라를 되찾고자 반란을 일으켰다가 도망와서 산세가 험한 이곳에 은거하다 당 나라의 요청을 받은 고려군에 패해 일생을 마쳤다는 것이다. 그 외에 싸움에 패한 주왕이 숨어든 주왕굴, 병사들이 물을 퍼올린 바위인 급수대, 주왕의 피가 꽃이 되었다는 수달래 등 주왕과 관련된 전설이 무수히 많다.

◆주변에는 이런 곳도 있어요!

▷대전사

주왕산 입구에 위치한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나, 이후 보조국사 지눌이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대전사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에는 사명대사가 승군을 훈련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사명대사에게 보냈다는 친필 서신이 음각된 목판이 보관되어 있기도 하다.

▷주산지

부동면 이전리에 위치한 주산지(注山池)는 조선 경종 원년(1720년) 착공하여 그 이듬해 10월에 준공한 농업용 저수지이다. 길이 100m, 너비 50m, 평균 수심 8m의 조그만 산중 호수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저수지는 축조된 이래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또한 호수 가운데에는 150년 묵은 왕버들 3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데 그 풍광이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각종 영화 촬영이나 영상물 제작으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기도 하다.

▷달기 약수

달기약수는 청송읍에서 동북쪽으로 약 3km 정도 떨어진 부곡리 계곡에 위치해 있다. 조선 철종 때 청송부사 권성하가 수로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발견했다고 전하는데, 현재는 상탕·중탕·하탕·신탕 외에도 5, 6개가 더 있다.

이 약수는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사계절 나오는 양이 같고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으며 빛과 냄새가 없다. 또 약수로 밥을 지으면 밥의 색깔이 푸르며 찰기가 있다.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전하는 이곳 약수를 사용하는 식당들이 주변에 자리 잡고 있어 다양한 웰빙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송소 고택

파천면 덕천리 176번지에 소재한 송소 고택은 7동 99칸의 대저택으로 경북 민속자료 63호이다.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이곳으로 이사하면서 지었다고 전하며, 1880년경에 건립되었다. 지난 30년간 사람이 살지 않고 비워둔 집이었으나, 최근 옛모습을 살리며 보수하여 2005년부터 민박이 가능한 '한옥 체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송 얼음골

부동면 항리에 위치한 얼음골은 계곡이 깊고 수목이 울창하여 인적이 드문 곳이다. 잣밭골 입구에 웅덩이가 있는데 한여름에 32℃ 이상만 되면 돌에 얼음이 끼고 32℃ 이하가 되면 얼음이 녹아 버린다. 얼음골은 산기슭이 돌무더기로 뒤덮인 너덜이란 지형에 발달한다. 암석너덜이 있는 곳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현상을 학계에서는 자연대류설로 설명한다. 실제로 이곳은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암석이 기계적 풍화로 부서지면서 만들어진 암석너덜이 잘 발달하고 있다.

위상복(영남삶터탐구연구회, 대구제일고 교사)

참고자료 : 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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