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한 도시 디자인] ⑦거리예술가

입력 2007-12-25 07:40:40

사람들 모으는 퍼포먼스도 도시 풍경이 된다

거리의 품격을 높이는 스트리트퍼니처가 시설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펼쳐내는 '예술'과 '퍼포먼스' 또한 거리에 생동감을 불어 넣고 사람들을 그러모으는 훌륭한 수단이다. 이젠 유럽의 강과 광장뿐 아니라 국내 청계천에서도 이 같은 '거리예술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강변로에서

영국 템스강 런던브리지 강변로. 다리 밑으로 동전을 던지는 관광객들이 한데 모여 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그곳으로 향했더니 집시 차림의 한 청년이 소파에 앉아 있다. 평범한 소파가 아니다. 청년이 하루종일 만든 모래 소파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모래 조각가가 있다. 중년의 이 사람은 모래 사자를 만드는 중이다.

모래 조각에 눈을 뗄 새도 없이 다리 위 한쪽에선 클래식 선율이 들려온다. 지긋이 눈을 감은 노년의 신사가 켜는 첼로 소리다. 조금 더 강변로를 걸어가자 자전거 곡예가 펼쳐진다. '주의'라고 적힌 빨간 선 밖으로 이번에도 역시 사람들이 몰려 있다. 높이 1m가 넘는 울타리를 넘는 소년들의 재주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광장에서

담락 광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시내로 이어지는 관문이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거리 퍼포먼스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담락 광장의 초입엔 채찍을 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채찍을 조심하라는 말에 사람들의 걸음이 뒤로 밀려나는 찰나 남자가 수m는 됨직한 채찍을 휘두르자 갑자기 번쩍하며 화약이 터진다. 이곳에서 만난 거리 예술가들은 모두 3명. 영화 '마스크' 분장을 하거나 페르시아 궁중 복장을 입은 퍼포먼스 맨 주위로도 어김없이 사진 촬영을 함께하려는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었다.

◆청계천에서

우리에게 낯선 '거리예술'과 '퍼포먼스'가 2005년 9월부터 서울 청계천에 상륙했다. 이른바 '청계천 아티스트'. 서울문화재단이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거리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음악, 무용, 묘기, 마임, 페인팅 같은 다양한 분야의 거리예술가들이 청계천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면서 대학로, 홍대 앞 같은 서울 다른 명소에서도 거리예술 문화 프로그램 개발이 계획되고 있다. 대구 동성로나 신천에서 이 같은 거리예술가를 만나는 날은 언제쯤이 될까.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글·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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