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돈이 아니고 魂(혼)이다

입력 2007-12-24 11:08:18

이명박 시대의 꿈과 어젠다는 한 단어로 집약되고 있다. '경제'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새 정부가 경제의 神話(신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대운하도 이명박이면 뭔가 되는 쪽으로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청계천의 카리스마로 뭣이든 우리가 모르는 의외의 지혜로 이룰 것이라 믿는다. 마치 미다스의 손처럼 그의 손이 닿으면 뭣이든 변하고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제는 투자 좀 해볼까 하고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기업 분위기,、그런 보이지 않는 심리적 꿈틀거림은 집권 시작도 하기 전에 2%의 경제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시대는 그런 공통의 꿈과 희망적 감성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운이 좋은 정권이다. 돈 문제만 풀어내면 무조건 성공하는 정부라는 조건도 유리하다. 사실 이번 대선 쟁점의 시작이고 끝이 됐던 것은 서민 중산층이 돈 좀 벌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BBK가 소설이든 말든, 동영상에 어떤 요상한 그림이 나오든 말든 국민들의 마음 밑바닥엔 도덕적 聖者(성자)보다는 돈만 잘 벌게 할 수 있는 초능력자를 구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경제가 모든 민심 흐름의 최우선이 됐던 이번 대선이었지만 만약 우리의 국민 소득이 5만 달러쯤 돼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동영상, 위장전입보다 더 티끌만한 빈틈만 있었어도 532만 표 차의 승리는 어림없었을 것이다. 경제 살리기가 당장 발등의 불처럼 지상과제가 돼있는 현실이 잠시 도덕성은 묻어두자는 쪽으로 흐르게 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좋은 현상인지 옳은 것인지를 따지는 건 제쳐 두자. 일단은 경제고,、4천만이 다 그쪽을 원하니까-그러나 이 당선자가 통치 5년간 마음에 새겨야할 소중한 가치가 있다. 돈이 아닌 魂(혼)이다.

이명박 시대의 진정한 어젠다는 돈(경제)보다는 오히려 혼(정신)이 돼야한다는 얘기다. 모두들 경제를 말하지만 필자는 혼을 부탁하고 싶다. 통치의 실용적 노선의 방향은 돈을 향하되 통치의 철학은 혼에 둘 것을 당부한다는 뜻이다. 돈으로 시계는 살 수 있지만 시간은 살 수 없고 비싼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쾌적한 단잠은 살 수 없으며, 좋은 집은 살 수 있어도 행복한 '가정'은 살 수가 없다고 했듯이 돈으로 살 수 없는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을 국민들이 지키고 누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보다 높은 경지의 통치라 보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난 10년은 경제와 함께 혼마저 때 묻고 무너진 시기였다. 품위 있는 국민성과 도덕적 가치가 무너졌을 때 공동체 속에서 서로 겪게 되는 아픔과 폐해는 돈이 부족해서 겪게 되는 아픔보다 훨씬 더 크다.

당장 이 당선자 본인도 거짓과 위장과 정책은 없고 품위 없는 독설만 난무한 선거판 공격에 진저리날 만큼 시달려봤다. 이 나라에 정신과 혼이 깨끗하고 건강하게 살아 숨 쉬었다면 그런 천박한 선거판도, 재벌이 특검을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경제를 살려도 혼이 없으면 모래 위의 城(성)이다.

경제도 道義(도의)가 있는 경제여야 국민의 삶 속에 건강하고 살아 숨 쉬는 경제로 스며들 수 있다. 경제대통령이란 브랜드가 강할수록 자칫 혼을 잊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새 시대를 열어갈 이 당선자는 경제를 살려가되 부자나라보다 더 좋은 나라는 지도자와 백성, 사회 안에 도의가 있는 경제, 혼이 살아 숨 쉬는 나라라는 통치 철학에 충실해야 한다. 개혁의 깃발도 부패와 코드로 혼이 빠져버리면서 찢어졌듯 경제 깃발에 휘몰려 정신 회복을 소홀히 흘려버리면 또 실패한다.

연말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四字成語(사자성어)가 自欺欺人(자기기인=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이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제(돈)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도덕불감증을 더 통렬히 반성하자는 혼과 양심 회복의 메시지다. 物神的(물신적) 속물 경제가 아닌 道義가 있는 경제는 돈이 아니라 정신이 이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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