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 ③외교·안보 재정립

입력 2007-12-24 09:39:47

이념·편가르기 떠나 '국가이익' 최우선

"대외 관계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나 편 가르기가 아닌, 무엇이 국가 이익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외교·안보관을 이렇게 요약한 바 있다. '실용외교'의 선언인 셈이다.

◆대북문제=이 당선자는 북한의 핵무장 절대 불용이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9·19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비핵·개방·3000구상'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현재 500달러 수준인 북한의 1인당 소득이 10년 안에 3천 달러가 되도록 적극 돕겠다는 것.

이 구상은 북한이 핵 포기라는 대결단을 내릴 때만 작동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건부 대북지원 방안이다. 핵을 포기할 경우 10년 후 누릴 수 있는 대북지원의 파이를 미리 보여줌으로써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다분히 '시장주의적 발상'인 것. 공산정권의 개방을 시장주의로 풀어 내겠다는 이명박식 새로운 전략인 셈이다.

이 같은 전략에는 '단호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북한은 이 당선자를 길들이기 위해 다시 '벼랑 끝 전술'에 의존하려 할 수도 있기에 흔들림 없는 대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또 제2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과 관련, 이 당선자는 사안별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속도조절을 할 수는 있겠으나 전체적으로 폐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당선자에게는 경제, 교육, 재정, 인프라, 복지 등 5대 분야에서 포괄적 패키지 지원을 본격화하겠다는 협상 카드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 관계=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소원했던 한·미관계가 복원될 것이란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 20일 부시 대통령은 이 당선자에게 축하 전화를 통해 취임 후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미국을 방문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 당선자도 이를 흔쾌히 수락한 바 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첫 방미 때 '대미 저자세 굴욕외교'라는 주장이 터져나온 상황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 당선자의 실용외교는 사실 미국을 겨냥한 측면이 많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긴밀한 협조가 가장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당선자의 대미 관계 구상의 기조를 세운 인사들이 주로 미국 유학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새 정부가 남·북문제보다는 한·미 외교에 더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미동맹의 변화를 몰고올 현안으로 지적되는 주한 미군기지 이전과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 등도 비록 과거 정부에서 합의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 당선자가 '변화된 기준'을 적용해 나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동아시아 외교=전문가들은 '탈(脫)이념, 경제 우선'의 이 당선자 노선은 중국·일본 등과의 갈등을 최대한 줄이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동아시아 외교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사 및 영토문제 등을 둘러싼 과도한 이념적 대치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가 이념적 갈등보다는 한·일, 한·중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해 가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기 때문.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한국 혼자만의 강공을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영토 문제는 한국 단독이 아니라 상대국의 정치적 결단이 병행되어야 해결에 이를 수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상대방의 성의를 보면서 우리도 변할 수 있다.'는 식의 변화를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우린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과는 다른 방향의 동북아 외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일 관계에 있어서 후쿠다 야스오 총리도 미·일 동맹과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정책을 천명했기 때문에 이명박 당선자와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평가다. 벌써부터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으로 중단된 정상 간 '셔틀외교'가 부활할 것으로 기대하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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