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그사건 그이후] ①불량 레미콘 뿌리 뽑혔다

입력 2007-12-24 08:48:55

"잘못된 관행 고치자" 업계 자정 나서

올 한해도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매일신문은 올해도 신속하고 심층·지속 보도를 통해 이들 사건을 고발하고 분석·평가했다. 올해 발생한 주요 이슈의 그 이후를 추적했다.

매일신문은 지난 4월 대구의 한 레미콘업체가 기준미달의 불량 레미콘을 아파트, 병원 등 공사장은 물론 심지어 도로, 교각 등 관급 공사장에까지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후속보도를 이어나갔다. 이 보도로 대구시는 업체들의 불량 레미콘 관행을 없애기 위한 칼을 빼들었고, 레미콘 업체들도 '자정하고 바로잡자'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후 8개월. 불량한 레미콘 타설 관행은 뿌리 뽑혔을까.

◆무엇이 문제였나=반품된 불량 레미콘이 폐기되지 않고 다른 공사장에 납품되는 것은 레미콘업체의 오랜 불량 관행이었다. 불량 레미콘을 재활용하기 위해 물을 섞거나 느슨한 감리의 눈을 피해 몰래 타설하는 행위가 지속됐다. 폐기되어야 할 레미콘을 재활용해도 '레미콘 폐기 확인서'의 첨부사진과 서명날인을 날조하는 것이 가능했다. 감리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눈감아 주기도 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또 150루베(차량 1대=6루베)의 레미콘이 들어올 때 차량 한 대에 한해서만 요식적으로 품질검사를 벌였기 때문에 그 틈을 이용해 기준불량 레미콘을 타설하는 것은 손쉬웠다. 이를 책임 감독해야 할 대구시의 무관심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어떻게 바뀌었나=문제를 일으킨 레미콘업체는 4월부터 상동교~두산로 도로건설현장, 봉무산업단지, 달서천 공사장, 상동교 도로건설 현장 등 대구시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장의 현장 납품이 금지됐다. 이 '납품금지 조치'는 10월까지 이어졌다. 또 이 업체에는 법상 150루베당 차량 한 대에 대한 품질검사를 50루베당 한 대로 보다 검사 강도를 높였다. 이 검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특히 대구·경북의 레미콘 업체 40곳에 대한 품질검사도 더욱 강화됐다. 우선 150루베 이상의 레미콘 타설 시에는 감리업체 본사의 임원이 직접 현장에서 감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레미콘 업체와 감리의 밀착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다. 또 반품된 레미콘이 현장에서 폐기되는지 여부를 해당 공사장 감리원이 직접 따라가 현장 사진 속에 등장해야 한다. 사진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날짜와 시간 등이 명시된 사진이 '레미콘 폐기 확인서'에 첨부돼야 한다.

문제가 됐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 "매주 월요일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정신교육을 하고 있고, 노조에서도 서명, 사진 날조를 막기 위해 운반기사가 직접 서류를 작성하도록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레미콘조합의 자정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환 대구레미콘조합 상무는 "대구시, 감리 등 감독기관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고 업체 사이에서도 불량 관행을 서로 감시하고 견제해 예전처럼 불미스런 일들은 이제 발생할 수 없게 됐다."며 "문제를 일으킨 업체에서 공개사과를 했고, 품질 조사도 철저하게 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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