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 'Stop' 앞에 발길도 'Stop'시킨다
대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은 어디일까. 출퇴근하는 시민들과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한 번쯤은 꼭 거쳐야 하는 곳, 바로 '정류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류장은 가장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도시의 공유 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푸대접을 받고 있다. 육중한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한결같은 외부에서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지하철 역사와 사인탑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는 초라한 버스정류장…, 수십 년이 지나도록 판박이처럼 찍어내기만 하는 '정류장'이 어떻게 도시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지하철역을 디자인하다
영국 런던은 지하철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63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지하철을 개통한 뒤 지금까지 모두 14개 라인을 건설했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에 비해 지하철 시설은 낡고 비좁다. 런던에서 처음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면 미로 같은 지하 승강장과 바로 코앞에 반대편 좌석이 놓인 좁은 전동차 구조에 실망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런던은 새로운 세기를 맞아 지하철 역사의 개념을 완전히 바꿨다. 그 시작은 1999년, 15년간에 걸친 디자인 계획과 공사 끝에 템스강 동쪽(웨스터민스터역~스트랏포드역)으로 연장한 '주빌리라인'의 11개 역사였다. 이곳 또한 영국의 거대 공공디자인 사업, '밀레니엄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했고, 역 하나하나에 이전까지 보지 못한 개성이 실려 있다. 세계적 건축가나 전문 그룹이 직접 디자인을 맡아 11개 역사 가운데 5곳을 리노베이션하고, 나머지 6곳은 신설한 것.
11개 역사 모두 인상적이지만 노만 포스터가 디자인한 카나리워프 역이 특히 눈길을 끈다. 승강장을 빠져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 대합실은 마치 지상 같다. 다른 역사보다 배는 높은 천장에 마치 햇빛이 쏟아지는 듯한 투명 유리창을 단 때문이다. 지상에서 바라본 외부 모습은 더 장관이다. PC 콘크리트(Pre-cast concrete)의 독특한 구조물이 하이테크 건축의 정수를 담고 있다. 메탈 느낌의 정교한 디자인이 미래에 온 듯한 첨단 이미지를 뿜어내는 가운데 역사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나무와 잔디가 마음의 휴식을 준다.
◆버스정류장을 공공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다
독일 하노버 쿠트슈마카 거리. 노랑, 검정 블록을 쌓아 만든 듯한 정육면체에 첨탑 모양의 뾰족한 기둥을 올린 쌍둥이 건물 2개가 서 있다. 대체 뭣 하는 물건인지 궁금할 새도 없이 쌍둥이 건물 사이로 멈춰 서는 트램(도시 전철). 쌍둥이 건물의 정체는 바로 정류장이었다. 하노버에는 이 같은 트램·버스 정류장이 모두 9개 있다. 한결같이 기하학적 구조와 다양한 색상을 담고 있는 공공예술품을 지향해 만들었다. 9개의 트램·버스 정류장 역사는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노버 시가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세계적 디자이너와 건축가에 의뢰해 만든 것. 정류장의 효과는 놀라웠다. 이렇다 할만한 관광자원과 특산품이 없었던 하노버에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정류장이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됐고, 정류장 안내서와 포스터는 물론 처음 공사 단계부터 준공까지의 화보책까지 판매했다.
하노버 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기를 맞은 2000년 이후부터 도시철도 승강장을 새로 설계했다. 2000년 하노버 엑스포에서 선보인 도시철도 플랫폼 수상작들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것. 예전의 9개 버스정류장이 화려한 공공예술품 같다면 도시철도에 들어선 새 승강장은 친환경 소재가 눈길을 끈다. 나무나 자갈 같은 자연 소재들이 간결한 유리, 스테인리스 재질의 인공 프레임 속에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영국 런던, 독일 하노버에서 글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