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입맛대로 골라서 본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입력 2007-12-22 07:20:15

지난해 대구에서 영화를 본 관람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넘었다. 대구 시민 250여만 명이 1년에 4.02회꼴로 영화관을 찾은 셈이다.

영화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엔 흡인력 있는 영화들의 개봉과 함께 '멀티플렉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적게는 9개, 많게는 15개씩에 이르는 상영관을 확보한 멀티플렉스들이 앞다퉈 문을 열면서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그러모으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각 멀티플렉스들의 특징과 그 장·단점을 알아봤다.

◆"같으면서도 다르다!"

멀티플렉스들은 엇비슷한 것 같지만 나름대로 차별화된 시설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일한 지역 극장!"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한일극장은 버스와 지하철로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5층에 마련된 널찍한 휴게공간도 자랑거리다. 이수관 한일극장 부장은 "내년 봄 리모델링을 해 한층 세련된 시설과 서비스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겠다."며 "서울 자본이 득세하는 지역 영화계에서 유일한 지역 극장이라는 것이 한일극장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시네마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지난해부터 '하이패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관객이라면 영화표를 발권받지 않고 인증만 거쳐 곧바로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준창 대구관 관장은 "고음, 중음, 저음 외에 초고음을 내는 4웨이 시스템을 갖춰 실감나는 음향이 장점"이라며 "VIP 관객을 위한 라운지도 운영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CGV대구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아이맥스(IMAX) 영화관 스타관으로 유명하다. 또 전국에서 가장 큰 120cm의 좌석 간격을 확보한 것도 강점이다. 4웨이 입체음향 시스템, 기다림 없는 티켓판매기를 통한 편리한 발권 서비스 등도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사각지대가 없다는 고화질 실버 스크린도 갖추고 있다.

MMC만경관은 대구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VIP를 위한 '미소관'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 1만 5천 원, 주말 1만 8천 원인 미소관은 뒤로 젖힐 수 있는 편안한 의자를 갖추고 있고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MBC 건물 안에 있는 시네마M은 전국에서 가장 큰 스크린으로 명성이 높다. 가로 18m, 세로 7.67m인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는 영화의 재미는 매우 각별하다. 정흥국 시네마M 영상사업팀장은 "스크린이 작은 멀티플렉스와 달리 시네마M에서는 화면이 잘리지 않아 완벽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좌석수도 530석에 이른다.

◆빛과 그늘

영화시장을 석권한 멀티플렉스들이 개봉하는 영화가 상업영화 일색이어서 예술영화를 찾는 관객들은 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전국 1천640개 극장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한 영화가 독식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면서 관객의 영화 선택권이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흥국 시네마M 영상사업팀장은 "예전에는 영화 한 편을 보려면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날을 잡아 영화를 보고, 그리고 마음속 깊이 영화를 간직하는 문화행위의 하나였다."며 "하지만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이후엔 영화보기가 쇼핑의 하나로 전락했다."고 얘기했다.

남태우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도 "멀티플렉스가 지역에서 많은 수익을 내는 만큼 예술영화에 대한 배려를 해서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며 "일부 멀티플렉스들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대구의 멀티플렉스…2000년 중앙시네마 처음

한일극장, 대구극장 등 대구를 대표하는 단관(單館) 영화관들이 속속 문을 닫은 이후 상영관을 여러 개 가진 멀티플렉스가 대구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0년. 중앙시네마가 멀티플렉스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 이후부터 우후죽순처럼 멀티플렉스가 들어서 현재 11곳에 이르고 있다. 극장 체인인 롯데시네마가 대구관, 성서관을 운영하고 있고 메가박스는 이마트 칠성점 위에 대구관을 열었다. 또 cgv는 최근 롯데 영플라자에 대구, 칠곡 세븐밸리에 칠곡을 각각 오픈했다. 씨너스는 경산, 칠곡에 각각 멀티플렉스를 운영하고 있고 프리머스는 아카데미와 수성관(동아백화점 수성점)을 선보이고 있다. 또 한일극장, MMC만경관도 멀티플렉스다. 반면 시네마M과 동성아트홀은 단관으로 관객들을 맞고 있다. 운전자들을 위한 자동차극장으로는 시네월드컵, 시네80, 시네스카이, 스파밸리 자동차극장 등 4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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