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재향군인회(향군)의 정치활동을 원천봉쇄할 모양이다. 현행 재향군인회법 제3조 1항에 '재향군인회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향군이 사실상 정치활동을 하면서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해 왔다는 게 법 개정의 이유다. 민주노동당은 재작년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법 폐지 법률안'까지 발의하는 등 향군법에 메스를 대려고 여러 차례 시도해왔다.
향군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해서는 안 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개정 법안의 골자다. 향군의 정치활동 금지 범위를 명문화하고 위반시 제재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래서 시기적으로도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내년 1월 말 국회에 제출해 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향군이 "정부의 대북 안보정책 비판에 가장 앞장선 단체로 지목된 자신들을 무력화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향군인회는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2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한 조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등 좌파 진영은 "향군이 5'16 이후 反共(반공)의 보루로서 군사정권의 유지를 위해 맨 선두에 서 왔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국고 지원을 받는 650만 회원의 재향군인회가 더 이상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어떻게든 손봐야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향군이 좌파 진영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이념에 얽매이거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안보 환경에 아랑곳없이 반공의 가치만을 주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정치활동은 하되 시대 흐름에 걸맞은 시각과 비전을 갖고 활동하라는 주문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향군의 개혁적인 자세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눈엣가시처럼 군다고 향군의 손발을 묶어놓으려는 정부의 조치는 너무 구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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