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열기가 뜨거운 미국에서 공화당 예비후보 마이크 허커비(52) 전 아칸소 주지사가 인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지지율 4%에 그쳤지만 지금은 공화당 후보 중 지지율 선두로 올라섰다. 대중들은 허커비의 재치 있는 유머와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 상대방을 물고 늘어지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악의 없는 모습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TV 토론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사형 제도를 찬성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보다 훨씬 똑똑한 분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멍청하게 선거판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재치있게 답변, 청중의 갈채를 받았다. 선두 주자가 된 기분을 "뒤에서 누군가 계속 걷어차고 있어 속은 상한데 그 사람보다 앞에 있어 좋다"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학교 밴드와 함께 기타 연주 솜씨를 뽐낸 데 이어 전설적인 록 그룹 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의 성대 모사까지 완벽하게 해내 탄성을 자아냈다.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잦은 연말연시다. 이즈음 어느 자리에서고 인기를 모으는 주인공은 분위기를 재미있게 바꿀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유머, 비장의 재주로 좌중을 삽시간에 무장해제시키는 사람이 어디서나 가장 환영받는다.
과거 우리 사회는 우스갯소리를 즐겨 하는 사람들을 흔히 '싱거운 사람'으로 폄하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싱거운 사람이 인기를 끄는 시대다. 펀(fun) 경영이니 펀 마케팅 등 '재미'를 추구하는 '펀 바람'이 불면서 '엔큐(EnQ)', 즉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엔터테인먼트 지수(Entertainment Quotient)가 갈수록 중시되는 추세다. EnQ는 SQ(사회지수), NQ(Network Quotient:공존지수)와 함께 사람 사이의 소통 능력을 나타내는 지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의 한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6.8%가 '직장 생활에 EnQ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유머나 화술 관련 책을 읽거나 TV의 코미디 프로를 챙겨본다거나 마술, 노래, 춤, 성대모사 등 개인기를 연마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미국 대선의 풍운아 허커비도 말하자면 EnQ가 높은 정치인인 셈이다. 바야흐로 엔터테이너 자질이 큰 능력이 되는 시대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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