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vs 모비스 "남들에게 다 져도 네게는 질 수 없다"

입력 2007-12-21 09:06:50

닮은 꼴 행보를 보여 온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와 울산 모비스가 마지막 남은 자존심 한 조각을 두고 21일 울산(오후7시 Xsports 중계)에서 일전을 벌인다. 비록 하위팀간 대결이지만 다양한 화제로 관심을 끄는 경기다.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 진출팀 오리온스는 꼴찌(4승20패), 우승팀 모비스는 한 계단 앞선 9위(5승18패)를 달리고 있는 상태. 지난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히던 피트 마이클(오리온스), 크리스 윌리엄스(모비스)가 떠났다고는 해도 너무나 참담한 추락이다.

부진의 원인은 같다. 각각 주전 가드 김승현과 양동근을 허리 부상과 군 입대로 잃은 데다 외국인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부진으로 성적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두 팀은 올 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나란히 팀 최다 연패(11연패) 기록도 갖고 있다.

8위에 한참 처진 승차로 처져 있어 1승이 절실한 처지이며 맞대결에서 지면 성적 뿐 아니라 정신적 타격도 크다. 시즌 상대 전적은 1승1패. 10월18일 울산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오리온스가 92대83으로 승리했지만 12월2일 대구 경기에서는 모비스가 90대76으로 웃었다.

경기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 오랜 시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온 양 팀의 베테랑 김병철과 우지원의 활약 여부, 어느새 팀의 핵으로 떠오른 루키 이동준과 함지훈의 맞대결, 국내 코트에서 이동준과 그의 친형 에릭 산드린의 첫 만남 등이 그것이다.

34살 동갑내기 김병철과 우지원은 가드와 포워드로 포지션은 달랐지만 특급 슈터였을 뿐 아니라 출신학교(고려대와 연세대)도 늘 비교 대상이었다. 김병철과 달리 우지원의 팀 내 비중은 많이 낮아졌지만 뛰어난 외곽슛 능력은 여전하다. 올 시즌 성적은 김병철이 경기당 평균 11.6점 4.7어시스트, 우지원은 경기당 평균 8.9점.

설익었지만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갖춘 이동준(평균 11.6점 6리바운드)과 느리지만 기본기가 잘 갖춰진 함지훈(평균 16.2점 6.5리바운드)의 골밑 대결도 관심사. 초반부터 성가를 높이며 주전 자리를 꿰찬 함지훈과 달리 이동준은 어설픈 모습을 보여줬지만 출장 시간이 늘면서 빠르게 국내 코트에 적응 중이다.

한국계 혼혈인 이동준(27·198cm)과 에릭 산드린(29·204cm)간 형제 대결 구도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피를 나눈 친형제지만 동생 다니엘이 귀화하는 바람에 팀 뿐 아니라 국적 마저 갈렸다. 소속팀이 처한 상황이 최악이기에 아무리 친형제라도 양보는 없을 전망.

산드린은 18일 국내 데뷔전(11점 3리바운드)에서 부진했다. 발목이 완전치 않은 산드린은 팀이 원하는 센터로서의 능력보다 스몰 포워드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지만 앞으로 얼마나 빨리 국내 코트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4연패 중인 오리온스보다 모비스가 분위기는 나은 상황이지만 모비스에게만은 질 수 없다는 것이 오리온스의 각오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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