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마다 '형사 급구'

입력 2007-12-21 09:53:48

지원자 없고 포기신청만 봇물…4일에 한번 당직 철야도 예사

대구 A경찰서. 지난 8일 마감한 2007년 대구경찰청 수사경과 정기 심사를 앞두고 형사과 포기 신청이 쏟아졌다. 모두 13명. 포기 신청을 전부 받아줬다간 형사과 8개 팀 가운데 2개 팀이 통째로 사라질 판이었다. A경찰서 간부는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모두 내보낼 수 있겠느냐."며 "고민 끝에 13명 가운데 3명만 포기 신청을 받아줬지만 이대로 놔뒀다간 결국 상처가 곪아 터지겠다는 생각에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경찰의 꽃 '형사' 기피 현상이 두드러져 처우 및 수사경과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2004년 과도한 업무 부담에 인사 적체까지 겹쳐 기피부서로 전락한 형사와 수사, 외사, 교통사고, 여성·청소년 등 5개 분야를 묶어 일반경찰과 분리한 뒤 수사 전문화를 꾀하는 수사경과를 도입했지만 형사 처우 개선 없이 제도만 도입해 지원자가 거의 없고, 그나마 지원자는 내근이 주를 이루는 수사 분야에만 몰리고 있는 것.

대구경찰청은 2007 수사경과 정기 심사에서 41명을 전과시키고 62명을 새로 선발했다. 숫자만으로 본다면 선발이 전과보다 21명이나 더 많지만 속내는 전혀 다르다. 대구 9개 경찰서는 형사를 포기하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르고 달랜' 끝에 최소 인원만 경찰청에 통보했고, 선발 인원 62명 가운데도 형사 지원자는 전혀 없다시피 한 것. 실제 거주 인구가 가장 많아 업무가 몰리는 북부, 수성, 동부서 3곳에서만 27명의 형사가 전과 신청을 냈지만 자체 심사를 거쳐 경찰청에 통보한 인원은 단 8명이었다.

형사직을 떠나는 한 경찰은 "처우개선 없이 부려먹기만 하는데 누가 있으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지구대와 형사과가 각각 일반경과와 수사경과로 분리된 뒤 지구대는 3교대, 4교대 근무가 된 반면 형사과는 사건 당직에 적응(순찰) 당직까지 겹쳐 4일에 한 번 밤샘 근무가 돌아온다는 것. 살인사건이나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이틀에 한 번 당직을 서야 하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새벽 출퇴근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예사여서 지구대로 보내달라는 형사들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같은 수사경과 안에서도 내근직인 수사과 선호도만 높아지고 있다. 서부서의 경우 수사경과를 신청한 19명 모두가 수사만을 원해 9명밖에 선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형사과 간부들은 "이대로 형사과를 방치하면 형사 노령화와 사기 저하에 따라 강력범죄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범죄 특성과 경찰서당 주민 인구를 철저히 분석해 형사력이 부족한 경찰서에는 근무 인원부터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