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단상]무슬림 빵

입력 2007-12-20 15:18:52

중국생활, 무슬림 빵과 커피로 시작하는 아침은 행운입니다. 다양한 외국인이 섞여 사는 공간, 각양각색의 먹을거리들이 즐비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른 아침 끼니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태극권을 배우고, 7시에 도서관으로 가야하는 처지에 초코파이와 커피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무슬림 빵을 알게 된 것은 우연입니다. 입학할 때부터 기숙사 근처에 무슬림 식당 간판이 내 걸린 것을 보았습니다. 시커멓고 덩치 큰 사내 몇이서 화덕을 오가며 넙적한 빵을 구워내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으로 가까이 가서 냄새도 맡아보고, 손가락으로 찔러도 보았습니다만 한 번도 그 무미건조하게 생긴 뭉툭한 빵이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쉴 새 없이 분주하던 무슬림 종업원들이 일손을 놓고 가게 앞에서 웅성거립니다. 구운 빵이 동이 났는데도 빵 구울 생각이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싸움하듯이 치고받을 정도로 장난질 치기를 좋아하는 그들, 그날따라 모두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눈치 없이 한마디 건네 봅니다. "왜들 그래요, 코란이 화덕에 떨어졌어요?" 피식 웃는 그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 한답니다" "아니 그런 나쁜 놈들이!" 맞장구 한 번에 동지가 됩니다.

무슬림 빵을 처음 맛보았습니다. 동지에게 그들이 줄 수 있는 것은 팔다 남은 무슬림 빵 조각 뿐입니다. 흙으로 된 화덕에서 구워낸 크고 둥그런 빵에 깨를 살짝 뿌렸습니다. 받아들고 보니 제법 맛깔스러워 보입니다. 조금 뜯어내어 입에 넣고 씹어 봅니다. 별맛은 없지만 온갖 잡다한 맛으로 배합된 중국음식을 먹다보니 무미건조한 맛이 오히려 참맛입니다.

촘촘히 빵과 가게를 살핍니다. 흡사 피자의 밑판 빵인데 그보다는 조금 두껍습니다. 얇고 넓적한 것과 둥그렇고 통통한 것 두 종류가 있는데 손님이 주문을 하면 구워둔 빵을 다시 화덕에 넣고 데워줍니다. 바싹 구워지면 가운데는 얇고 바싹바싹하고 바깥쪽은 두껍고 질깁니다. 우리네 밥 대신 빵을 요리와 함께 먹는다고 합니다.

아침 끼니 걱정이 해결되었습니다. 새벽 일찍 불을 피우고 빵을 굽는 곳은 무슬림식당 뿐입니다. 갓 구운 무슬림 빵, 친구가 구워주는 빵을 매일 아침 먹을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이슬람에 대한 오랫동안의 선입견 때문에 자칫 귀한 아침 먹을거리를 놓칠 뻔 했습니다. 가끔씩 그때 생각을 하면 미국이 무척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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