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명박 17대 大統領 당선자가 가야 할 길

입력 2007-12-20 10:21:20

17대 대통령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했다. 과반에 육박한 48.7% 득표율(1천149만 표)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이룬 정권교체다. 2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26.1%)를 531만 표 차이로 누르는 직선제 이후 최다 표차 압승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폭발적으로 분출한 것이다. 그것은 곧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통합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 당선자는 당선 확인 직후 기자회견에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며 "분열된 사회 화합과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했다. 정확하고 당연한 현실 인식이다. 임기 내내 지향해야 할 국정의 중심 방향이다. 국민은 지난 5년 내내 갈등과 분열의 소음에 지쳐있다. 나라는 얼치기 좌파세력이 의도한 분할 통치에 휘둘려 표류했다. 세대 간 계층 간 이념 간 골은 파일 대로 파였다. 국력은 구심점을 잃었고 21세기의 황금 같은 출발 시간을 허송했다. 다른 경쟁국들은 날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 경제는 뒷걸음치기 바빴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김대중 정부, 김영삼 정부의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국내 총생산은 5년 사이 세계 10위에서 13위로 내려앉았다. 첨단기술의 일본과 인해전술의 중국 사이에서 좌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가는 뛰고 서민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사회 구석구석은 양극화의 그늘 속에 핏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흩어진 국민 마음을 모으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 국민 통합의 바탕 없이는 산적한 문제의 돌파는 물론이고 선진국 진입의 길이 지난할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는 민주화, 산업화를 거쳐 선진화의 문턱에서 헤매고 있다. 새 대통령 앞에 21세기 선진사회 진입이란 묵직한 과제물이 놓여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는 국민 통합의 실패였다. 통합은커녕 국론분열과 사회갈등을 부추겼다. 20대 80으로 편을 가르고, 한 줌의 내 편만을 상대하는 정치를 했다. 거기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새 정부가 꿰어야 할 첫 단추다.

먼저 선거로 찢어진 국민을 하나로 묶는 대통합 선언이 시급한 과제다. 지독한 네거티브 선거에 누구보다 당선자 자신의 상처가 클 줄 안다. 마음 한 구석에 보복의 유혹이 어른거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 출발, 새 희망을 노래하는 때다. 당선의 아름다움은 대승적 관용에 있는 법이다. 반대 정파가 발목을 잡으면 새 정부는 추동력을 발휘할 수 없다. 자신을 반대한 유권자 또한 대한민국호의 동승자다.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 지향하는 미래를 함께 바라보게 해야 한다. 상하동욕(上下同欲)이라 했다. 지도자와 백성이 비전을 공유할 때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당선자가 말하는 '국민성공시대'는 거기서부터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이 당선자를 선택한 것은 실물경제 경험에 대한 기대에서다. 이른바 '7대 서민고통'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믿은 것이다. 거리에는 100만의 청년실업자가 넘치고 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꿈 많은 20대 젊은이 37만 명이 추가로 실업 대열에 늘어선 것이다. 당선자는 일자리 300만 개를 만들어 청년실업률을 절반인 4%로 낮추겠다고 했다. 방바닥을 뒹구는 청년들에게 복음 같은 공약이다. 반드시 우선 챙겨야 할 약속이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 청년마저 놀고 있는 나라는 활기가 돌 수 없다. 비정규직 570만 명은 사회통합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새 정부 출범단계부터 신분 불안과 차별 대우의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을 것이다. 새 정부가 노'사와 어떤 조정 솜씨를 발휘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노 정권은 전국을 투기장화해 부동산 폭등을 일으켰고 세금폭탄으로 때려잡는 아마추어리즘으로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었다. 그 바람에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꿈으로 그치고 1가구 1주택들마저 종부세 올가미에 걸려 비명이다. 5년간 가구 소득에 비해 국민당 조세부담은 거의 배가 불어났다. 세금 때문에 죽겠다는 아우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좌파적 방만한 정부 운영 탓이다. 세금 불만을 가라앉히지 않는 한 민생이 나아졌다는 소리를 듣기가 어렵게 생긴 것이다.

당선자는 교육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수요자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자사고 100개를 늘리고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고 입시를 대학에 맡기는 식으로, 자율화, 수월성 강화가 핵심이다. 한 해 21조 원에 달하는 살인적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시장 중심의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사교육비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난제 중 난제다. 그야말로 백년대계다운 교육정책이 나오도록 국민적 중지를 모아야 할 일이다.

과감한 규제개혁은 서둘러야 할 과제다. 그런데 당선자는 수도권 규제 정책까지 전면 손질하겠다고 했다. 공장 규제를 풀고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해 수도권 집중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을 죽이겠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러잖아도 수도권은 무서운 속도로 지방의 돈과 사람을 빨아들이는 판이다. 그나마 참여정부가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지방은 평가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서울시장 때 이른바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을 반대했었다. 심히 지방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제는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방 없는 국가발전은 있을 수 없다. 지방 살리기를 뺀 경제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대구'경북은 지난 세월 중앙으로부터 정치적 소외는 물론이고 경제적 냉대를 받았다.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16년째 꼴찌다. 인구 50만의 제주도보다 못한 경제환경이다. 이 지역에서 쏟아진 몰표는 그에 대한 불만과 이 당선자에 대한 남다른 기대의 표출이다. 이 지역의 500만 주민에게는 나라의 굵직한 현안인 북한 핵문제, 국제관계 복원보다도 더 시급한 게 어찌 보면 밥벌이 문제다. 고향을 위해서뿐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대구와 경북을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고향에서부터 박수를 받아야 성공한 대통령이다.

오늘 아침 세상은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밝았다. 이 당선자가 청계천 공사 때 4천200번의 주민대화를 가졌듯 항상 국민과 소통하기를 바란다. 대운하도 그런 설득이라면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이 임기 끝까지 지켜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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