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李당선자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입력 2007-12-20 09:58:11

먼저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압도적 다수 국민의 지지로 바라던 정권교체를 이루게 되셨습니다. 제가 아는 대로 당선자의 마음을 헤아리건대, 기쁨에 젖기 보다는 새로 열어갈 길을 찾고 점검하기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혹 도움이 될까 해서, 여기 당선자를 잘 아는 고향신문의 지면을 할애 받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 몇 말씀 드립니다. 부디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국민에게 감사하십시오. 국민은 선거기간 내내 이명박 후보를 지키고 지지하였습니다. 정치권이 온통 네거티브에 빠져 있을 때 국민은 저만큼 앞서 가서 시대정신을 보고 일찌감치 적임자를 점찍고 있었습니다. 나라를 지키고 이끌어 가는 일은 이번에도 국민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니 국민에게 고마워하고, 국민을 두려워하며, 국민을 위하는 마음을 임기 내내 소중히 간직하기 바랍니다.

둘째,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십시오. 경제 살리고 사회통합 이루겠다고 되풀이 하여 약속하셨습니다.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가기강을 바로잡겠다고 하셨습니다. 교육개혁 하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 놓겠다고 하셨습니다. 한반도 물길 이어 땅과 마음을 통하게 하겠다고 하셨고, 기초과학과 기술개발 지원해서 국가성장동력을 키우겠다고 하셨습니다. 북한을 비핵화하고 개방으로 이끌겠다고 하셨고, 국제관계에 신뢰를 회복하고 국익을 챙기겠다고 하셨습니다. 공자께서는 정치가 다른 것을 다 잃더라도 백성의 믿음을 지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국민을 편안케 해서 살맛나는 세상 만들겠다는 약속 꼭 지키십시오.

셋째, 국민에게 꿈을 주십시오.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으십시오. 삶의 한계 상황에 처한 국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기본은 국가가 책임질 테니, 개인과 기업은 맘껏 뛰라."고 하셨지요. 그 기본의 기본이 꿈입니다. 꿈이 개인을 행복하게 하고 역사를 앞으로 가게 합니다. 기업가와 근로자가 다 신바람 나서 뛰고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꿈을 키워가게 하십시오. 당선자는 누구보다도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성공한 사람입니다. 샐러리맨의 우상이었고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자신의 성공에 머무르지 말고 그 성공의 길을 제도화하십시오. 그리하여 이 땅을 기회가 넘치는 나라로 만드십시오.

넷째, 시스템으로 일하십시오. 일에 대한 추진력은 당선자가 가진 큰 장점입니다. 서울시장 시절 대중교통 개혁할 때에는 후보자를 익히 아는 이들까지 혀를 내둘렀습니다.'진짜 불도저'라고 했더니 '컴도저'(컴퓨터 장착한 불도저)라고 응수하셨습니다. 도무지 뭐가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라 국민들은 컴도저를 택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독선으로 흐를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개인의 탁월한 능력에 의존하기에는 현대 사회는 너무 크고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그리고 기업경영과 국정은 다릅니다. 당장은 좀 성에 차지 않더라도 시스템으로 일하기 바랍니다. 널리 인재를 구하고 일하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하면 장기적으로는 훨씬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대통령은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행여 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생각한 전임자들이 일을 어떻게 그르쳤는지를 살펴보기 바랍니다. 그때 보다 여건은 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정권을 잃은 야당은 막무가내로 덤빌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힘이 커졌고, 노사 갈등은 과격한 투쟁에 면역이 되어있습니다. 관료는 나태해졌고, 언론은 스스로도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바깥 사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은 핵을 가졌지만 더 불안정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은 각각 속셈이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는 호황기를 지나고 있는데 우리 경제는 10년 뒤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당선자의 행동을 자유롭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꼭 할 일, 먼저 할 일을 가려서 전략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청계천 복원 때 상인들과 4,200여 번을 만나셨다고 하셨지요. 당선자께서 열심히 일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다만 명령으로 보다는 설득으로 일하시기 바랍니다.

네 가지 해야 할 일에 한 가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말씀드렸습니다. 당선자께서 늘 강조하는 '긍정적 사고'를 빌려 그리 표현해 보았습니다마는, 사실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입니다. 말귀를 빨리 알아듣는 분이니 더 긴 얘기를 않겠습니다. 그래도 필을 놓기 전에 다시 사족을 붙이니 성공하는 대통령되기 바라는 국민의 마음으로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정치권 밖에서 들어가셨습니다. 정치적 지분도 빚도 없습니다. 반대자들의 심정을 헤아리시고 선하게, 그저 선하게 포용하십시오. 위대한 국민입니다. 그리고 그 위대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십니다. 다만'이명박 다움'을 잃지 마십시오.

유우익 서울대 교수(세계지리학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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