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투표는 탄환이다"고 한 적이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도 "오늘날의 세계에서 자유란 단 한 발의 총성이 들리지 않고도 투표에 의해 잃어버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총칼 같은 무력과 혁명이 아니라도 투표용지 하나로 한 국가의 운명을 어느 쪽으로든 뒤집을 수 있고 자유를 빼앗아가는 정권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는 투표의 중요성을 일깨운 말들이다.
그러나 그런 미국에서도 일부 흑인들은 어리석은 유권자가 됨으로써 스스로 권익을 잃어버린 부끄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1860년대 미국은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기 위해 흑인의 가난을 악용, 人頭稅(인두세)를 낸 영수증을 갖고 와야만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그러자 흑인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옹호해줄 후보를 뽑자며 빚을 내가면서까지 인두세를 내고 영수증을 확보했다.
거기까지는 그나마 유권자로서의 의식이 깨어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어느 선거구에서 민주당 당원들이 서커스단을 끌고 오면서 판세가 바뀌어버렸다. 인두세 영수증만 내면 입장료를 무료로 해준다고 선전했던 것이다. 서커스가 보고 싶었던 흑인들이 너도나도 인두세 영수증을 내주고 공짜 구경을 즐겼다. 서커스단은 만원이 됐지만 며칠 뒤 투표장에는 그 마을 흑인 유권자는 한 명도 나타나지 못했다. 미국 選擧史(선거사)의 일화다.
우리의 지난 선거사에서도 '바람'에 끌려 잘못 뽑아놓은 정권의 실망스런 업적과 행태를 겪어보면서 "손가락을 잘라 버리자"는 자조 섞인 탄식을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어리석은 선택이 가져온 폐해가 어리석은 결정을 했던 쪽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결코 불공평한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의 세월이 실망과 고통의 세월이었다면 우리 탓일 뿐이다.
이제 투표일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48시간 내로 누구를 찍을 것인가를 결심해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별 어려울 것도 없다. 주민등록증 들고 동네 투표소에 들어가 커튼 들추고 꾹- 찍고 나오면 끝난다. 쉽고도 간단하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갈리고 덩달아 내 집안 내 자식의 앞날까지 왔다 갔다 하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냥 쉬운 게 아니다. 안 찍어도 그만이거나 아무나 찍어도 그게 그것인 건 아닌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건 냉장고나 TV 같은 가전제품 얘기일 뿐이다. 선거 그것도 대선의 선택은 5년이 아니라 통치력에 따라서는 20년, 50년을 좌우할 수도 있다. 헝클어진 국가시스템, 기울어진 경제기반을 되짚고 일으켜 세우는 데는 망가뜨린 세월보다 더 오랜 세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을 통해 뒷걸음질쳤다는 속칭 '잃어버린 10년'의 시비는 제쳐 두자. 당장 인터넷 선거, 사이버 투표, 노란색 바람에 휘말린 투표로 뽑았던 참여정부 경우 가계부채만 558조 8천억 원에다 국가부채는 150조가 늘었다. 공적자금을 국채로 전환한 부분을 빼준다 해도 고스란히 국민세금 등을 통해 부담해야할 적자성 채무가 100조를 넘었다. 신주처럼 내걸었던 개혁의 깃발은 청와대 측근들의 잇단 부패로 걸레처럼 퇴색됐다.
갖가지 코드 위원회는 무려 416개로 늘어났다. 전 세계의 새 정부들이 국가 구조조정과 교육개혁으로 나아갈 때 공무원을 6만 명이나 늘리고 국민이 반대한 수능 등급제를 평등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며 2세들의 꿈과 가치관을 흔들어댔다. 壽命(수명)이 다한 정권을 도마 위에 올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리석은 선택의 害惡(해악)을 가장 가까운 사례에서 찾아 제대로 된 투표 학습을 해보자는 뜻이다.
이번에 또 손가락을 자르자는 自嘲(자조)가 나오게 되면 더 이상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세계화의 틈바구니 안에서 버텨나갈 기회도 저력도 상실하게 된다. 우리의 미래도 없고 투표권이 없어 앉아 당하는 억울한 2세들의 미래는 더더욱 험난해지게 된다. 이번엔 서커스에 홀린 19세기 흑인 같은 바보가 되지 말고 제대로 찍어보자. 세 번씩 어리석으면 그냥 바보가 아니라 天痴(천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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