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교통 운전기사 분장…승객들 사진촬영 등 환호
"메리 크리스마스, 어서 오세요." "얘들아 산타다! 산타할아버지가 여기 있었네!"
14일 오전 11시 40분 앞산공원주차장에서 출발한 410번 시내버스에서는 산타할아버지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빨간 모자, 빨간 외투를 입고 사람 키만한 빨간 선물보따리에 사탕을 가득 실은 산타는 승객이 올라타자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대선 때문인지 올해엔 크리스마스도, 연말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은데 산타할아버지가 버스를 몰고 다니니 웃음도 나고 기분도 좋아지네요." 앞산공원에서 버스를 탄 정희영(58·여·남구 대명동) 씨가 사탕을 한움큼 쥐며 웃었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버스기사가 웃으니 승객들의 입이 코에 걸렸다. '풋', '헉'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여대생도 있었다. 창밖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 여고생들도 "산타아저씨, 수염은 어디 갔어요?"라고 소리쳤다. 초등학생들은 버스에 올라타며 "같이 셀카를 찍어도 되냐."고 조르기도 했다. 한 네거리 앞에서는 선거운동을 하던 아주머니들이 "산타할아버지다!"라며 손을 흔들었다.
최금자(54·여·동구 신암동) 씨는 "대선 후보들의 각종 의혹들, 태안 기름 유출, 총기 피탈 사건 등 하루가 멀다하고 좋지 않은 일들만 있었는데 산타할아버지를 보니 반갑고, 친절하게 인사까지 해주니 힘이 절로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산타할아버지로 변신한 장세진(48·우진교통 410번 버스기사) 씨는 "제복을 입었을 땐 몰랐는데 산타가 되고보니 절로 웃게 되고 친절하게 인사하며 사탕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뭉클 솟았다."며 "불황, 취업난 등 힘든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410, 410-1, 300, 달서4, 달서4-1, 509번 등 6개 노선을 가진 '우진교통'은 사흘 전부터 산타 버스기사를 투입시켰다. 버스 안에 빨갛고 노랗고 파란 조명을 달고 산타 복장과 모자를 사고 사탕을 구입하는데 불과 10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대구시민들에게 선사한 즐거움과 반가움은 수십, 수백 배.
낮 12시 50분쯤 복현오거리에서 버스가 신호등 앞에 멈추자 바로 옆 829번 버스에서 한 아주머니가 "산타할아버지다."며 아이를 유리창 가까이 기울여줬다. 다른 승객들도 우루루 창가로 몰려들었다. 410번 버스 안에서 캐럴이 울려퍼졌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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