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이 터진 1914년 당시 영국의 주력 군함은 62척이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버린 1928년에는 군함이 20척으로 당연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해군성 공무원 숫자는 2천 명에서 3천500여 명으로 오히려 80% 정도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일거리가 줄었는데도 담당 공무원은 늘어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을 처음 발견한 영국 역사학자의 이름을 따 '파킨슨 법칙'이라고 한다. 즉 조직이란 주어진 역할이나 업무와는 상관없이 항상 사람을 증가시키려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은 이후 한번 더 이 법칙의 타당성을 증명한다. 식민지 관리가 한창이던 1935년 영국 식민성의 행정직원은 372명에 불과했는데 대영 제국이 쇠퇴해 관할 식민지가 급감한 1954년에는 무려 1천660여 명으로 늘어났음을 밝혀냈다. 정부조직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일깨워주는 '무서운 법칙'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5년간 참여정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해 왔지만 공무원 9만 6천500여 명을 늘렸다. 임기 초 364개였던 각종 위원회는 416개로 52개나 늘었다. 지난해 회의 실적이 전혀 없는 위원회도 45개에 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공기업이 진 빚은 지난해 말 현재 295조 원으로 5년 새 101조 원이나 불어났다. 50% 증가한 셈이다. 경계하기는커녕 '무서운 법칙'의 함정에 푹 빠져있는 꼴이다. 이처럼 惡則(악칙)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개선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공공부문 개혁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48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60%가 차기정부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부문으로 정부와 공공부문을 꼽았다. 이번만이 아니다. 경제계에서는 공공부문 개혁을 아예 입에 달고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은 공공부문 개혁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부가 솔선수범을 보이지 않으면서 민간부문에다 고통스런 개혁을 요구할 양이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
공공부문이 비대해지면 시장은 활력을 잃는다. 그런데도 공공부문은 '神(신)이 내린 직장'이 됐다. 이런 시스템으로 경제가 돌아가길 바랄 수는 없다. 차기 정권은 공공부문 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진정 경제를 살릴 첫 단추가 아니겠는가.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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