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남후면 암산스케이트장 정중선(54·광음리) 씨 집. 이른 아침이면 그의 집 뒷산에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멧돼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슬렁어슬렁 집 마당까지 내려 온 멧돼지는 이내 개 밥과 닭모이를 털어 먹고는 마당 곳곳을 누비기 시작한다. 마치 집돼지처럼 인기척엔 아랑곳 하지 않는다.
2개월 전인 지난 10월 중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멧돼지는 6개월쯤 된 새끼 암컷. 아침에 내려 와 온종일 마당에서 먹이를 찾거나 강아지와 장난을 치고 놀다 땅거미가 지면 다시 산 속으로 사라진다.
민가를 찾는 희한한 멧돼지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최근 정 씨 집에는 야생동물 사진작가와 구경꾼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처음 나타났을 때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이젠 멧돼지도 우리를 알아보나 봐요." 아예 멧돼지를 위해 개사료를 준비해 두고 있는 정 씨 부부는 이 멧돼지를 '돈순이'라고 이름지어 부를 정도로 정이 들어 그만 한식구가 돼 버렸다.
정 씨 부부의 정성으로 이제 갈기털이 뻣뻣할 정도로 자라는 등 새끼 티를 면했다.
돼지해인 올해 난데없이 멧돼지가 집에 찾아 와 반갑기 그지 없었다는 정 씨. 요즘 들어 걱정도 적지 않다. 갈수록 덩치가 커져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 "다 크면 언젠가는 다시 산으로 돌아가겠지만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무탈했으면 좋겠어요."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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