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의 고행 그리고 석달의 자유…수능 끝나고 뭐할까?

입력 2007-12-15 07:35:59

제대로 즐겨라

▲ 대학 새내기인 이애영, 김은경, 신상현, 장세환, 신민철, 하수진 씨(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가 지난해 대학 입학 전 했던 일을 회상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대학 새내기인 이애영, 김은경, 신상현, 장세환, 신민철, 하수진 씨(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가 지난해 대학 입학 전 했던 일을 회상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와! 자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수능은 고3 학생과 학부모들 모두에게 지난 6년간의 고통을 끝내주는 고맙고도 씁쓸한 시험이었다. 시험을 마친 수많은 고3 학생들의 마음은 이미 교복을 벗어던지고 대학 캠퍼스에 가 있다. 논술준비 등 남은 관문이 있지만 대학 입학 전까지 무엇을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수험생이 많다. 기말고사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경북대 '07 학번' 새내기 6명을 만나 '대학 입학 전 이것만은 꼭 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들었다.

▶작년에 이렇게 보냈어요

김은경(20·여·농업경제학과) 씨는 지난해 수능이 끝나고 친구와 함께 일본 오사카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고생했지만 새롭고 두려운 환경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못해서 후회된다."고 말했다.

수시모집에 합격했던 신상현(20·인문사회자율전공) 씨는 반 친구들보다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친구들이 대학 원서 쓴다고 바쁠 때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신 씨는 대구지역 청소년단체에서 열고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신 씨는 "청소년단체에 참가하면서 친구들도 사귀었고 소중한 추억도 쌓았다."면서 "대학교 정모에 참가해 선배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민철(20·자연과학자율전공) 씨는 대학 입학 전 초·중·고 동창생들을 만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학교 다닐 때 반장을 독차지했다는 신 씨에게 친구들이 전화해서 동창회를 하자면서 졸라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뒤졌지만 전화번호가 바뀐 친구들이 많았다. 인터넷 등을 뒤지면서 대부분의 동창생들과 연락할 수 있었다. 신 씨는 "동창회를 하면서 입시 때문에 잊고 지냈던 소중한 친구를 다시 만나 즐거웠다."고 말했다. 신 씨는 또 대학 입학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하던 아르바이트를 지금까지 계속하면서 용돈을 직접 벌고 있다.

장세환(20·전자전기컴퓨터학부) 씨는 지난해 수능이 끝나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헬스크럽에 다니면서 운동을 했다. 그는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회화도 공부하고 워드 자격증도 땄지만 시간을 낭비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하수진(20·여·불어불문학과) 씨는 지난해 12월 수시합격으로 자유의 시간을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 얻었다. 친구들과 요가를 배우고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주위에서는 여행과 아르바이트, 학원 수강, 운동 등 여러가지를 권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하 씨는 "그저 놀고 싶었다."면서 "여행을 다니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이애영(20·여·정치외교학과) 씨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 아까워 나름대로 열심히 보냈다."고 회상했다. 수시합격으로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컴퓨터를 배우고 운전면허도 취득했다. 이 씨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한 달 정도 했다.

▶입학 전 이렇게 보내세요

김은경 씨는 그동안 입시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푹 쉬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학 입학 전까지 푹 쉬고 전공과 관련된 교양서적을 읽는다면 대학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상현 씨는 "고3생들이 입시에 눌려 못했던 것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대학 입학 전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입학 전 몇 달이 짧은 것 같으면서도 긴 시간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알차게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철 씨는 "고3생들은 수능이 끝나면 반 사회인이자 자유인"이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벌어서 생활해 보라."고 말했다. 또 입시때문에 잊고 지냈던 친구를 찾아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장세환 씨는 고3생들이 대학 입학 전 자신의 전공에 대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능이 끝나면 싫겠지만 그래도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씨는 "힘들겠지만 하루에 1시간만이라도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면서 "전공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입학하고 난 뒤 수업을 따라가는 데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수진 씨는 "고3생들이 대학 4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면서 "자신의 전공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이애영 씨는 "고3생들이 입시지옥에서 해방됐다는 들뜬 기분에 술을 많이 마시는데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는 "자신이 지원한 학과에 대한 문화를 알고 선배들로부터 대학문화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면 앞으로 대학생활을 하는 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 전문가 조언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자기장래에 대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자기 장래에 대한 계획이 없으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설정해야 한다. 자신의 대학 전공에 맞게 대학 입학 전에 준비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교 때 입시준비로 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 자신이 사는 지역과 문화재를 탐방해보자. 대학교에서는 대학 입학 전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이것을 활용하면 학점을 미리 딸 수 있어 유익하다. 고교에서도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 때까지 진로교육을 시켜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한 동창생들을 초청해 특강을 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교에서 학생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도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방법이다.

▶김성미 마음과 마음 정신과 원장=수험생들은 지금까지 논술시험에 맞춰 추천도서만 읽은 경향이 강하다. 이제부터는 감성을 키울 수 있는 문학서적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또 많은 이야기가 있는 역사소설도 추천하고 싶다. 문학서적을 읽으면 논술에 길들여져 메말랐던 감성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로운 시간에 여행을 가고 싶다면 무작정 가는 것보다는 테마별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체험을 하고 싶으면 농장이 좋고, 곳곳에 있는 여러 박물관을 집중적으로 방문하는 등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좋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돈을 모아서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 입학 전까지 시간은 소중한 만큼 아르바이트보다는 연주회를 감상하거나 각종 캠프에 참가하는 등 추억을 쌓는 것이 좋겠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