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망월지에 두꺼비 생태공원을…

입력 2007-12-14 10:44:59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누구나 어린 시절의 이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모래장난이나 흙장난을 할 때, 땅바닥에 한 손을 엎어 놓고 모래나 흙을 두껍게 쌓아올린 후 이를 두들기고 다지면서 동굴모양의 집을 만들 때 부르던 전래동요이다.

귀에 익은 '두껍아 두껍아…' 노래처럼 두꺼비는 예로부터 우리 겨레와는 아주 친근한 동물이었다.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인식되어 집안에 있는 터줏대감 두꺼비는 절대 해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두꺼비'가 아니라 '德(덕)두꺼비'라고 부르면서 매우 신성시하고 귀하게 여겼다. 오죽하면 '떡(德)두꺼비 같은 자식'을 낳아달라고 빌기까지 했을까.

따라서 '두껍아 두껍아…' 노래에는 단순히 집을 지을 때 두껍고 튼튼하게 짓는다는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넘어 두꺼비의 복과 덕에 힘입어 낡고 좁은 것을 벗어나 보다 넓고 큰 새것을 염원했던 민중의 정서가 녹아있는 것이다.

이런 두꺼비의 국내 최대규모 서식지가 대구에 있었다니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대구시 수성구 욱수동 경북불교대학 불광사 앞 망월지. 이 일대를 '두꺼비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 주목한다.

대구시의회 김대현 의원은 지난달 대구시 행정사무 감사에서 "망월지를 방치할 경우, 두꺼비 서식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두꺼비 자연생태공원을 조성할 것"을 대구시에 제안했다. 망월지는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서식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두꺼비 생태보고인 만큼, 생태보호와 연구 및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도시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인근에 조성된 국내 유일의 두꺼비생태공원은 충북 청주시의 '원흥이 방죽'. 두꺼비생태공원 조성과 함께 산란지인 방죽과 인근 산을 잇는 이동통로를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체험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두꺼비생태문화관도 곧 완공할 예정이다.

자칫 콘크리트 숲으로 변할 뻔했던 '원흥이 방죽'이 이렇게 두꺼비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것은 시민과 환경단체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2003년 봄, 수많은 두꺼비들이 알을 낳기 위해 방죽으로 몰려가는 모습을 시민들이 발견하면서 두꺼비 산란지 보존운동이 일어났고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도심 속의 생태학습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대구 망월지에서 자란 새끼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대이동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처음 공개된 것은 올 봄이다. 석가탄신일인 지난 5월 24일 불광사 앞 망월지를 찾았을 때 손톱만한 새끼 두꺼비들의 대이동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장엄한 생명의 행렬이었다. 이렇게 망월지에서 욱수골 산속으로 들어간 새끼 두꺼비들은 2, 3년이 지나 어른이 된 후 다시 망월지로 내려와 알을 낳는 것이다.

불광사 측과 환경단체에서는 두꺼비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부직포를 깔고 울타리를 설치했으며, 초파일 연등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근 도로와 등산로에서 밟히거나 무분별한 개발 행위로 인해 죽어간 두꺼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천도재를 지내기도 했다.

인구 250만 명의 대도시인 대구에 우리나라 최대의 두꺼비 서식처가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이 부근에는 불살생 생명운동의 터전인 사찰이 있고, 미래 세대의 학습공간인 학교가 자리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청주 '원흥이 방죽'의 사례에서 보듯이 망월지 두꺼비들의 삶터도 시민들이 힘을 합쳐 보호해야 한다. 저수지와 욱수동 숲에 대한 생태조사도 벌이고, 갈수록 오염되어 가는 망월지의 수질보전대책도 찾아야 할 것이다.

"두꺼비가 살지 못하는 곳이라면 사람도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대구경북녹색연합 한 관계자의 말에 공감한다. 양서류인 두꺼비는 수중과 육상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인해 줄 수 있는 환경지표종으로 지구온난화가 인간을 위협하는 오늘날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생명체가 아닐까.

망월지 두꺼비들에게 그들이 누대에 걸쳐 삶을 이어오던 헌집이나마 보존해준다면, 우리가 부르던 전래동요 '두껍아 두껍아…'에서처럼 두꺼비들은 우리에게 더 살기 좋은 새 자연공간을 선사할 것이다.

조향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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