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랬동안 야구 취재 활동을 했던 특파원이 했던 말이다. "미국의 정치인은 대부분 어릴 때 운동 선수로 활동해본 경험을 갖고 있어 패배를 인정할 줄 알고 다음 승리를 위해 더 나은 준비를 합니다. 정당 간의 페어 플레이를 통해 국가가 발전한다는 논리의 기초에는 그들이 이미 어릴 때부터 운동경기를 통해 스포츠맨 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젊은 시절에 운동 선수로 활동한 인물은 과연 몇이나 될까?
1960년대부터 70년대 말까지 대학 생활을 보낸 이가 현 정치세력의 주류를 이룬다면 아마도 그들은 매일 책과 씨름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게다. 선거철이 되면 지키지 못할 공약이 난무하는 것도, 서로의 치부 만을 드러내 험담을 일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들이 승부의 진정한 본질을 느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선진국에서는 청소년 시절 의무적으로 한 종목 이상의 단체 운동에 가입하여 활동하게 한다. 거기서 재능이 있으면 더 큰 무대의 활동 기회를 선택하게 하고 더 큰 발전을 이루면 더 큰 세계로 나아간다. 일상의 생활체육의 활동에서 전문 선수나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넓은 저변에서 피라미드식으로 경쟁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정돈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처럼 청소년이 처음부터 유명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운동이 생활의 일부분이므로 하는 것 뿐이다. 굳이 따지자면 운동은 신체를 단련해 허약함에서 벗어나 생활의 활력을 가져오게 할 뿐 아니라 단체 속의 자아를 느끼면서 연대의식이나 결속력을 함양하게 한다.
더 나아가 승부를 겨룰때의 전술이나 전략의 방법도 알게 되어 깨우침을 얻게 하고 자신보다 나은 상대에게 졌을때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정신 자세도 배우게 한다. 그리고 더 열심히 연마하여 도전과 성취를 반복, 기량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스포츠의 진정한 본질인 것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정치인이 상대의 정책이나 업적을 칭찬하는 자세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 말대로 그들의 상대는 늘 잘못만 해온 것일까? 앞선 상대의 나은 면은 보지 않고 오히려 끌어내리기에 바쁜 것은 어쩌면 그들이 오직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책만 바라보면서 살아온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생활 체육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그렇게 살아온 정치인의 무관심에 있지 않나 싶다. 늘 경제를 앞세운 그들이 소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공간을 빌딩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2만 불에 이르게 됐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승복하지 않는 싸움의 역사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돈이 많아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진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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