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도?
모임에 나가면 항상 모임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하는 '퀸'도 있고, 조용히 앉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형도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또 하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꼴불견형'. 다른 사람들의 기분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구는 안하무인의 한두 명 때문에 자리는 상당히 재미없고 때로는 불편한 모임이 돼 버리기도 한다.
특히 부부모임이 잦은 연말에는 서로의 기를 세워쥐 위해 옷차림은 물론이고 행동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신경 쓰는 것이 배우자에 대한 예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내, 내 남편 뿐 아니라 모임에 참석한 모두를 골고루 배려하는 자세. 연말 부부모임 자리를 '스트레스의 주범'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지나치게 자랑 만을 늘어놓거나, 아는 척·잘난 척 하는 행위도 삼가야 하고, 너무 편안하게 멋대로 수다를 떨어대서도 안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자리, '꼴불견'으로 찍혀 훗날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할 일이다.
#이런 아내, 좋더라
-"우리 남편은 이해심이 정말 많아요." 칭찬해 주는 아내
-나보다 내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리는 분위기 메이커 내 아내, 내숭쟁이들보다 매력 만점
-모임 가기 전 비상금 충전해주는 아내, 용기까지 백배 충전
#이런 남편, 좋더라
-의자 뒤로 빼 주고 코트 챙겨 걸어주는 매너 있는 남편.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세월의 흔적이 배어날수록 더욱 매력적인 내 아내"라고 말해주는 남편. 최고급 명품은 못 걸쳐도 마음만은 귀부인.
-모임을 이끌어갈 줄 아는 '리더형 남편'. 술값 좀 많이 써도 용서해줄게~.
#주책바가지 수다형
아줌마는 제 3의 성(性)이라고 했던가. 나이가 들수록 부끄러움도 모르고 막무가내인데다 입으로만 모든 에너지가 발산되는지 잠시도 쉬지않고 수다를 떨어댄다. 게다가 목소리는 왜 그렇게 커져만 가는 건지. 아줌마 셋만 모아놓아도 남편들의 정신이 혼비백산할 지경이다.
부부 모임을 가 보면 아내들의 이야기 소재는 무한하다. 연예인, 남의 뒷담화, 아이들 성적자랑까지 다 등장하고 나면 심지어 '부부 잠자리' 이야기까지 발전한다. 남편들이 옆에 앉아 있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남편과 아내가 쌍쌍이 앉아있다가도 모임이 무르익으면 꼭 여자들끼리 소복히 모여 한풀이 하듯 입방아를 찧어댄다.
"우리 남편은 요새 맨날 회사일로 바쁘단 핑계로 잠자리를 하지 않은지가 몇 개월은 된 것 같아. 내가 아주 도를 닦는 심정이라니까."라며 푸념하는 주책바가지도 있는가하면, "어유, 우리 남편은 40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까지 팔팔해서 내가 아주 죽을 지경이라니까."라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해 대는 형도 있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없이 떠들어대다 꼭 한마디를 덧붙인다. "어머, 내가 별 소리를 다하고 있다. 완전 주책이야."
부부모임에만 나갔다하면 여자들의 수다에 정신이 없다는 김모(45)씨는 "할소리 안할 소리는 좀 가려서 해야지, 주책인줄 알면서 굳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뭐냐?"고 핀잔을 줬다.
#과거 들추기형
젊어서 한 미모한다는 말을 들었던 정모(40) 씨. 덕분에 재산 깨나 있다는 집에 시집 왔고, 남편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어엿한 중소기업 사장이다. 남편은 기사까지 있는 외제차를, 정 씨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국산 대형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 연락을 끊다시피 살았던 여고 동창생 부부 모임에 나간 것도 이 정도면 꿀릴 것 없다는 생각 때문. 하지만 남편 앞에서 수모 아닌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학창시절 공부와 담을 쌓았던 정 씨는 등록금만 내면 입학할 수 있다는 모 대학을 졸업했다. 화근이 된 것은 자녀들 공부 때문.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엄마쪽을 많이 닮는다는 말이 나오면서 학창 시절 성적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모임 초반부터 은근히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던 한 친구 왈, "○○야, 넌 걱정이 많겠다. 학교 다닐 때 네가 거의 바닥을 깔았잖아. 호호호."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분위기를 수습한다고 나선 친구가 더 가관이다. "○○가 공부는 못했어도 성격은 좋잖아. 하긴 성격하고 성적하고는 별 상관은 없지만…." 억지로 화를 참고 있던 정 씨. "그래, 너희는 그렇게 공부 잘 해서 지금 그러구들 사냐? 사는 건 궁상맞으면서."라고 속으로만 외치고 말았다.
부부 모임 동창회만 나가면 잊고픈 과거의 추억들을 하나씩 들춰내는 밉상들. 공부도 못하더니 어떻게 사느냐고, 맨날 친구들한테 맞고 살더니 요즘은 괜찮냐고, 그 때 목을 매던 짝사랑은 어떻게 됐냐면서 쓸데없는 관심을 보이는 그 입들을 모두 막아버리고 싶다.
#귓속말형
남편의 고교 동창 7명과 벌써 20년째 한 달에 한 번씩 부부동반 계모임을 하고 있는 이모(48)씨. 시작은 남편들의 친분 때문이었지만 워낙 긴 세월을 함께 해오다보니 이젠 아내들끼리도 웬만한 사회 친구들보다도 친한 사이가 됐다.
그런데 모임에만 갔다하면 늘 이 씨의 기분을 잡쳐놓는 두 명의 여인네가 있었으니…. 둘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붙어앉아 귓속말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아유, 언니 왔네. 나 언니 옆자리 앉을래."라며 쪼로록 뛰어가서는 몇 시간이고 귓속말을 속삭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분위기 파악 못하고 깔깔대며 자지러지듯 웃기까지 한다. 형편이 비슷한데다 취미까지 비슷해 늘 같이 쇼핑다니고 골프치러 다니는 둘이건만 모임에까지와서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건지…. 이 씨는 "아무리 친해도 그렇지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모임에서 너무 많은 귓속말을 하는 것은 실례"라고 지적했다. 가끔은 벌떡 일어나 소리라도 지르고 싶단다. "차라리 커피값 줄까? 둘이 나가서 놀아. 엉?"
#아내 험담형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스타일의 최모(56)씨. 집에서는 말도 몇 마디 없는 타입이지만, 밖에나가면 전형적인 호걸형으로 변신한다. 냉랭한 것보다는 차라리 호탕한 모습의 남편이 아내 김 씨(45) 보기에도 좋지만, 문제는 늘 이야기가 아내 험담으로 흐른다는 것.
"여자가 말야, 살림이나 챙기고 자식교육이나 제대로 할 일이지 어딜 그렇게 나다니는지. 요즘은 돈 벌어서 와이프 취미생활비 대주기도 빠듯해. 여자가 저러고 다니니 애들도 제멋대로고." 옆자리에 앉아 묵묵히 듣고 있는 김씨는 얼굴이 화끈, 심장은 콩닥콩닥, 성질이 하늘 끝까지 솟구친다. 집에서 잔소리 하는 것은 내성이 생겨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릴수 있지만, 남들 앞에서 험담하는건 견디기 힘들다.
"아니, 당신은 친구들 앞에서 칭찬은 못해줄 망정 왜 늘 내 험담만 하는거야?"라고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최 씨는 외려 큰소리를 친다. "술자리에서 편하게 말하다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 다 할 수 있는거지, 그걸가지고 뭘 그래?"라고 주장하는 남편이다.
김 씨는 "모임에 나가서 자기 아내나 남편 험담하는 것만큼 바보같은 행동이 어디있겠어요? 결국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긴데."라며 부부모임이 많은 연말만 되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했다.
#금슬 과시형
남편의 회사 입사동기들의 모임. 입사 5년째다보니 다들 고만고만할 때 결혼해, 갓 결혼한 새내기 부부부터 결혼 6년차 고참까지 섞여있다. 그 중 항상 뒷담화에 오르내리는 강모(34) 대리 부부. 이들은 결혼 4년차이건만 항상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나타나 온갖 애정행각(!)을 공공연하게 벌인다.
"굴이 정말 싱싱하네. 자기 굴 좋아하자나. 이거 먹어봐."라며 입안에 쏙 넣어주는 것은 약과다. 손 꼭 붙잡고 앉아 볼에 뽀뽀까지 해가며 다른 부부들의 기를 팍팍 죽여놓는 것이다.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려 "흠흠~. 이젠 신혼기분도 다 지났을 땐데 정말 부부사이가 좋아보여요."라고 한 마디 건냈더니 "우린 영원히 신혼처럼 살자고 약속했어요. 그치, 자기야?"라며 한술 더 뜬다.
강 씨의 동기 유모(33)씨는 "자상한 남편, 애교넘치는 아내도 좋지만 남들 모이는 자리에서까지 그렇게 애정을 과시하듯 행동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며 "모임이 끝나고 가서는 강씨부부와 비교하는 아내 잔소리 듣는 것도 고역"이라고 푸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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