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7개국 중 한국에서만 부모의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들의 발걸음도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적이다. 정재기 숭실대 교수가 따로 사는 부모와 자식 1천300여 명을 조사해 세계 26개국의 조사 결과와 비교했더니 부모의 소득과 자녀 접촉의 상관관계가 유독 한국에서만 두드러졌다. 부모 소득이 1% 높아지면 자녀가 1주일에 한 번 이상 부모를 찾아갈 가능성이 두 배나 높아지지만 반대로 가난한 부모에게는 그만큼 자식들의 발걸음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無錢無孝(무전무효)인 셈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변했을까. 지난날 '東方禮儀之國(동방예의지국)'으로 널리 칭송받았던 우리다. 아무리 物神(물신)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라지만 孝(효)만큼은 여전히 지구상 어떤 나라보다 순수하며 뜨겁다고 자부해오지 않았던가.
'따로 사는 부모를 1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난다'는 응답도 아버지 26%, 어머니 27%에 그쳐 27개국 중 일본과 함께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끈끈한 情(정)으로 연결돼 있다고 여겨온 우리의 부모자식 관계가 냉정한 서구의 그것보다 더 느슨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번 조사에서는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할 때 51.9%는 가족'친족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우울한 일이 있을 때는 55.3%(27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가 친구'이웃'동료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모들은 자식에게 있는 것 없는 것 다 주고도 섭섭한 대우를 받는 셈이다. 자녀에게 올인하는 양육법이 되레 자식으로 하여금 부모를 소홀히 여기게 하는 원인이 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돈이 효자를 만드는 물질만능 세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학교와 가정교육 등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주는 것 외에 달리 묘책이 없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 사회적으로 꾸준히 가치관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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