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아, BBK…" 정동영에 2위마저 뺏겨

입력 2007-12-11 11:24:20

한국지방신문협회 여론조사 대선 중반 판세-종반 구도

17대 대통령 선거가 8일 남았다. 한국지방신문협회의 대선 중반 판세 조사를 보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와의 지지격차는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더 커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이번 대선은 지난 15, 16대 대선 때의 박빙 승부와는 달리 '싱거운 싸움'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중반 판세를 분석하고 선거 종반의 대선 구도를 가늠했다.

◆이명박, 여전히 독주

지지율이 47.2%로 절반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의 지난 달 말 조사때보다 지지율이 더 올랐다(6.5%포인트). 지난 5일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가 이명박 후보에겐 호재로 등장한 셈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순위가 바뀌었다. 정 후보가 2위(14.1%)에 올랐고, 이회창 후보는 3위(13.6%)로 내려 앉은 것. 협회의 지난 달 조사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2위(16.1%), 정 후보가 3위(12.6%) 였다. BBK가 이회창 후보에겐 '악재'가 된 결과다.

이명박 후보는 광주·전남북 등 호남을 제외한 전 시·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명박 후보의 고향인 경북은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지지(66.1%)를 보였다. 대구 역시 58.1%로 경북 다음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와의 대전·충남북 등 충청권 싸움에서도 크게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충청 표심을 좌우하는 대전의 경우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1.1%로 이회창 후보(16.7%)와는 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또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선 이명박 후보가 73.2%로 압도적이었고, 정동영 후보는 4.6%, 이회창 후보는 3.2%,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0.7% 등에 불과했다.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굳히기'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호남표, 움직이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호남표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 정동영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2위에 올라선 버팀목이 됐다. 정 후보는 광주와 전·남북에서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 협회의 지난 달 말 조사와 비교해 보면 광주는 37.5%에서 47.1%, 전남은 36.2%에서 40.6%, 정 후보의 고향인 전북은 41.9%에서 54.3%로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인 것. 전북은 정 후보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지역이었다. 선거 막판 정 후보를 중심으로 한 호남표의 결집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 후보가 호남표를 발판으로 한 선거 막판의 약진 가능성이 열린 가운데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지지세가 어떻게 확산되는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후보는 서울(13.6%)과 인천(9.4%)·경기(10.0%)에선 이명박 후보와는 40%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게임'이 안 되는 실정이기 때문.

◆이회창, 충청 위기

이회창 후보가 대선 완주를 언론을 통해 거듭 밝힌 상황에서 국민들도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66.5%). 또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필요하다(35.1%)는 의견보다는 필요없다(48.7%)는 쪽에 더 무게를 실고 있다.

후보 단일화 시에는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이명박(57.7%)을 선택했다. 문제는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하강추세를 보이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 이회창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지난 달 8일 당시 지방신문협회 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는 19.8%의 지지율로 이명박 후보(39.8%)를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 달 조사에서 16.1%로 떨어진데 이어 이번 협회 조사에서는 13.6%로 더 떨어진 것도 모자라 2위 자리마저 정동영 후보에게 내줬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기반이었던 충청권의 선거 중반 판세 변화가 이회창 후보에겐 타격이 되고 있다. 충청표심을 좌우하는 대전이 이명박 후보에게 크게 기울고 있는 것. 지난 달말 협회 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는 27.8%로 이명박 후보(27.4%)와 초접전을 벌였으나 이번 협회 조사에서는 대전을 이명박 후보에게 뺏겼다(이명박 41.1%, 이회창 16.7%) . 이회창 후보가 자신의 또 다른 지지기반으로 여기고 있는 대구·경북도 지지율이 최고 9%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양상이다.

여론전문가들은 이회창 후보가 충청과 대구·경북 등 영남권에서 선거 종반 대약진을 하지 못할 경우 선거 초·중반보다 더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BBK, 신뢰·불신 팽팽…

정치권의 BBK 공방 못지 않게 국민들도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에 여론이 신뢰한다(42.5%)와 신뢰하지 않는다(48.6%)로 양분되는 양상이다. 신뢰 쪽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지지층에서 가장 많고, 비신뢰 쪽은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타 후보 지지층에서 가장 많았다. BBK 관련 특검법안 발의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찬성 41.4%, 반대 41.7%). 주목할 점은 검찰의 BBK 수사가 국민 여론 양분을 가져왔지만 그렇다고 대선 정국을 흔들 뇌관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지지를 바꾸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한편 TV토론회가 대선 후보 지지 여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8명(80.0%)은 TV 토론회 방영 이후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해서다.

한편 이명박 후보의 전 재산 사회환원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잘 한 결정(50.6%)이라고 보고 있지만 잘잘못을 떠나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31.6%)도 적잖아 이명박 후보의 대선용 발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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