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는 껍데기?…삼성, 대구 갖고 놀았나

입력 2007-12-11 09:36:49

처음부터 상용차는 관심없고 떡고물만 노렸다?

2000년 12월 12일. 대구지방법원 제30민사부(당시 재판장은 김진기 수석부장판사)는 대구 달서구 성서3차단지에 본사·공장을 두고 있던 삼성상용차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움츠러드는 '섬유'가 아니라 뻗어나가는 산업인 '자동차'를 통해 대구가 옛 영화를 되찾겠다던 지역민들의 희망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7년 뒤. 대구에서 그 뿌리를 만들어낸 삼성이 '대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폭로' 이후 잇따르는 '삼성에 대한 검증'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삼성상용차, 베일을 벗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으로 있다 퇴직, 지난달부터 잇따라 '삼성 비리 의혹'을 쏟아내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내용 중에 '삼성상용차 분식 회계'와 관련된 언급이 나왔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2005년 자신이 국정감사를 통해 폭로했던 '예금보험공사'의 삼성상용차 감사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10일 금융감독당국에 대해 삼성상용차 분식회계와 관련한 특별감리를 공식 요청했다. 삼성상용차 파산으로 인해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 세금(공적자금 3천100억 원)이 들어갔으므로 이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심 의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삼성상용차를 '짚어본' 유일한 공식자료인 예금보험공사의 조사보고서(2003년 9월부터 11월까지 2차례에 걸친 현장조사를 통해 작성)에는 삼성상용차가 어떻게 설명되어 있을까? 매일신문은 삼성상용차 분식회계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심상정 의원실로부터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삼성상용차에 대해 실시했던 조사보고서를 넘겨받았다. 이 보고서는 '삼성이 처음부터 상용차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충격적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이런 정황을 모른채 대구시가 '많은 선물'을 삼성에 안겨줬던 것으로 예금보험공사도 파악했다.

심 의원의 요구로 삼성상용차 부실을 둘러싼 '특별감리'가 이뤄진다면 예금보험공사가 파악한 내용을 뛰어넘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지역 상공인들은 보고 있다.

◆처음부터 껍데기 뿐?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삼성상용차의 '설립상 문제점'과 관련, 삼성상용차는 삼성중공업의 상용차 부문 적자누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립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이 상장법인으로서 경영실적을 공시해야하는 입장에서 설비투자비용이 과다한 상용차부문은 '따로 떼내' 별도 설립하는 것이 삼성중공업의 경영부담을 덜어준다는 것.

삼성중공업이 적자사업인 상용차 부분을 별도 설립한다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2천220억 원의 손익개선효과가 추산된 것으로 예보는 집계했다.

예보는 또 부산에 본사를 둔 삼성자동차는 삼성그룹의 주요 회사들(삼성전자 등)이 주주로 참여한 반면, 상용차는 1조3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자금투여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만이 주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삼성그룹의 관심에서 철저히 소외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삼성그룹의 무관심 속에 출발한 삼성상용차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그룹사 보증에 의해 자금조달이 이뤄져야했지만 그룹내 다른 회사의 보증 동의가 없었다고 예보는 설명했다. 1997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이 보고서를 써낸 예보는 당시 약 2년간 사실상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태였으며 그룹의 사업추진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고 지적, 이미 삼성상용차는 회사 설립(1996년 8월 22일)때부터 껍데기 뿐이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왕따당한 삼성상용차?

삼성중공업은 1994년 5월, 당시 대구 달서구 파산동(현재 호산동) 대구과학산업단지 60만여 ㎥(18만2천 평)를 평당 66만 원(분양총액 1천206억 원)에 대구시로부터 분양받은 뒤 삼성상용차(주)에 이 땅을 1천425억 원에 양도했다.

예보는 삼성 측이 1993년 11월 29일 작성·결재받은 자료에서 "매입 단가가 평당 47만 원 이하로 되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그 해결방안으로 땅 매입단가 차액(평당 20만 원)만큼인 약 366억 원을 삼성중공업과 제일모직으로부터부터 받아 보전하면된다."고 한 언급에 따라 삼성상용차 공장부지 매입과정에서의 계획자금 초과분에 대한 보전금을 삼성상용차가 삼성중공업과 제일모직으로부터 받았는지를 조사했다.

예보에 따르면 ▷성서공단 조성공사를 삼성중공업이 담당했을 때 공사이익 116억 원 ▷제일모직 대구(북구 침산동)공장 용도변경(주거지역→상업지역)을 통해 만들어진 이익 500억 원의 절반인 250억 원을 이전시키는 방법으로 삼성상용차가 당초 계획보다 비싸게 산 땅값을 보전받을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예보는 조사결과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실제 개발이익이 없었다고 부인한데다 이에 대한 확인도 어려웠고, 제일모직도 침산동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을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통해 대구시에 기부채납했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룹내에서 계열사간에 이익보전이 이뤄졌어야했는데 법률적 강제수단이 없었으니 결국 삼성상용차는 삼성계열사 어느 곳에서도 돈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구의 한 상공인은 "대구시는 제일모직 부지에다 아파트는 물론, 대형소매점까지 짓도록 해주고, 역시 성서지역에서도 삼성이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도록 해주는 등 삼성 계열사들이 이익을 본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이 모든 것이 '삼성이 대구에 차 공장을 지어준다'는 약속에 대한 보답이었는데 지금와서 뒤돌아보면 대구 사람들이 참으로 순진했었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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