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주거환경개선' 주민들 속터진다

입력 2007-12-11 09:45:39

지정 후 오히려 주거환경 나빠져

▲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수성구의 한 주거환경개선지구. 이곳을 비롯한 상당수 지구에서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지구 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대구시는 천편일률적 아파트 개발에 대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수성구의 한 주거환경개선지구. 이곳을 비롯한 상당수 지구에서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지구 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대구시는 천편일률적 아파트 개발에 대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대구 수성구 수성4가 중앙정보고 남쪽 주택가. 좁은 골목길 사이에 원룸과 빌라가 즐비하고, 쓰러질 듯한 낡은 주택도 한데 뒤섞여 있다. 마치 개발하려다 말고 주변 아파트에 가둬진 듯한 모습이다. 이곳은 1992년 주거환경개선지구(현지개량방식)로 지정된 뒤 오히려 주거 환경이 나빠진 대표적 사례다. 주택 개량이 쉽도록 주차장 확보 및 인접 대지와 이격거리, 건폐율·용적률 규정을 완화했지만 이 같은 특례 조항을 반영한 원룸 및 빌라가 아직까지 개량하지 못한 낡은 주택(45.1%)과 뒤섞여 주차난이나 일조·조망권 갈등 같은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는 것. 참다 못한 주민 400여 명은 최근 "주거환경개선지구를 해제해 아파트를 짓게 해달라.'고 연대서명해 수성구청에 전달했지만, 대구시는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모든 주거환경개선지구에 또 아파트를 짓는 것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패한 주거환경개선지구의 '개선'을 놓고 주민과 대구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주거환경개선지구를 해제한 뒤 재건축·재개발 지구 지정을 통해 아파트 사업을 원하는 반면 대구시는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모든 주거환경개선지구에 똑같은 성냥갑 아파트를 짓기보다는 주변 여건에 따른 특성화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주거환경개선지구 해제 뒤 아파트 사업을 요구하는 지역은 수성구 수성동 한 곳에 3개 지구가 몰려있다. 주변이 모두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지만 유독 이곳만 낡은 주택과 원룸·빌라가 뒤섞여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이에 수성구청도 주민 뜻을 반영해달라는 의견을 대구시에 건의했다. 구청 관계자는 "현지개량지구는 2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고, 올 6월 현지개량 특례조항이 끝나 악화된 주거 환경이 고착화될 우려가 발생했다."며 "때문에 도시정비기본계획을 해제한 뒤 재개발 또는 재건축 사업이 가능하도록 반영해 달라는 의견을 대구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성냥갑 아파트가 너무 많아 모든 지역을 재개발·재건축 지구로 변경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는 현지개량방식의 주거환경개선지구는 서구 14곳, 동구 7곳, 남구 6곳, 중구 5곳, 수성구 3곳, 달서구 2곳 등 37곳(총면적 206만 918㎡)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아파트 개발만을 원하고 있지만 개량률이 높은 지역은 이미 아파트 개발이 불가능하고, 현지개량방식에 든 국·시비 회수 문제와 주민 의지, 위치, 주변 환경 같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전국적으로도 해제 사례가 없다는 것.

박영홍 대구시 도시재생팀장은 "아파트 개발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지역도 있지만 4, 5층 임대형 중·저층 아파트나 연립형 주택 등 주변 환경이나 도시 발전을 고려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곳도 적지 않고, 개량률이 높거나 영세민들이 많은 곳은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주거환경개선지구의 개선 연구를 추진해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내 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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