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동안 마시는 술의 절반을 12월에 마신다는 통계가 있다. 술로 흥청대는 송년회가 이 한 달에 집중되는 탓이다. "몸 안으로 술을 들이붓는다."고 할 정도로 이 무렵이면 세상이 술로 비틀거린다. 왜 우리는 '송년회=술자리'란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술을 마시지 않는 송년회가 조금씩 늘고 있다지만 아직은 송년회라 하면 술자리로 여겨지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 취업사이트가 송년 모임 계획이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음주가무형이 40%에 육박,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여행, 연극이나 뮤지컬 관람, 맛집 순회, 스포츠 및 레저 등은 소수였다.
최근 매일신문 주말팀이 대구 직장인 1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2월 한 달 동안 술을 마시게 되는 회식 빈도를 물은 결과 2, 3회가 86명으로 가장 많았고 4, 5회(29명), 10회 이상(5명), 6~10회(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말 술자리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 '과도한 음주'라고 답한 사람이 42명으로 1위를 차지, 술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았다.
"부어라, 마셔라!"하는 식의 송년회가 난무하다 보니 그 후유증도 적지 않다. 설문에 응한 여성 직장인 중 절반이 노래방에서 블루스를 강요하거나 추근대는 남자, 또는 스킨십을 시도하는 남자를 싫어하는 유형으로 꼽았다. 자칫 회식 술자리나 노래방 모임에서 성희롱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다분한 셈이다. 여기에 술로 인해 건강을 해치거나 경제적 출혈도 만만치 않다. 술로 남편들이 고주망태가 되기 일쑤이다 보니 부부 싸움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술로 밤을 지새우는 송년회의 가장 큰 폐해는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한 해를 의미있게, 잘 마무리한다는 송년회의 참뜻을 실현하기는커녕 허무함만 남을 뿐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한 해를 보람 있게 마무리하려는 송년 모임과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반갑다. 복지시설 어린이들과 소년소녀가장을 초청, 수년째 사랑의 음악회를 여는 대구도시가스를 비롯해 소외된 계층에 온정을 전하는 송년회를 갖는 기업체들과 송년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나 아내, 자녀, 상사, 동료, 친구 등에게 마음을 담은 감사의 말을 전하거나 작은 이벤트로 감동을 주는 이들도 있다. 술에 대한 자제와 절제, 나눔과 베풂의 미덕, 그리고 감동과 사랑이 깃든 송년회가 많아지기를 기원해본다.
이대현 스포츠생활부 차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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