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 허정무 히든카드는?

입력 2007-12-11 08:56:23

7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허정무 감독이 개인의 영광과 함께 '국내파 지도자'의 대표로서 책임감도 짊어지게 됐다. 그가 사령탑으로서 잘 해야 그간 외국인 지도자들이 맡았던 대표팀 감독 자리가 이후에도 국내파 지도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을 크게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대표팀 포함 한국대표팀 감독을 거쳐간 역대 지도자는 40여명으로 그 중 외국인 지도자는 7명. 이 중 성공한 지도자는 많지 않았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 살펴보면 당시 김정남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1무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성공하는 기준은 이때부터 불문율로 '본선 1승, 16강 진출'이었고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20세 이하 월드컵대회)와 올림픽에선 '8강 진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등에선 '우승'이 성공 기준으로 자연스레 자리매김했다.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4강의 신화를 이룩한 박종환 감독은 1990년대 중반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나 1996년 아시안컵 대회 이란 전 대패(2대6 패)의 상처를 남기고 물러났고 이회택, 김 호, 차범근 감독 등도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8강을 이끈 김호곤 감독이 그나마 성공한 지도자로 평가받을 만 하다.

외국인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에서 기적적인 4강의 신화를 이룩했을 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대회에서 1승은 거뒀지만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움베르토 코엘류, 조 본프레레, 핌 베어벡 감독 등이 모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물러났다.

허정무 감독은 2000년 대표팀 사령탑 시절, 시드니올림픽에서 2승1패의 조별 예선 성적을 거두고도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그 해 아시안컵대회에서 4강에 그치는 바람에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박지성, 이영표 등 당시 무명이었던 선수들을 발굴, 남다른 안목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역 시절, 뛰어난 개인기와 근성있는 플레이로 유명했던 허 감독은 '용장형 지도자'로 전남 드래곤즈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수비를 중시하며 역습에 나서는 경기 방식을 추구했다. 그가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이는 대표팀에선 새롭게 전술의 변화를 꾀할지, 선수들을 어떻게 장악하고 팀을 운영해 나갈 지 관심을 모은다. 그는 이미 강한 체력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얼굴의 발탁을 언급하는 등 행보를 시작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10일 허정무 감독의 계약 기간과 관련, "당연히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까지다. 본선에 오르지 못하면 계약이 끝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이날 허 감독이 수석코치로 지명한 정해성 전 제주유나이티드 감독에 대한 보고를 듣고 승인 절차에 나섰으며 나머지 코칭스태프 인선작업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