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태왕사신기와 문화사업

입력 2007-12-11 07:00:00

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막을 내렸다. 최초의 사극 판타지 '태왕사신기'는 문화산업의 가장 큰 장점인 하나의 소재로 다른 장르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준비기간과 촬영기간 3년, 촬영세트장 제작비용만 200억 그리고 순수제작비 300억 등 500억 원이 넘는 총제작비를 투입하면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외국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실질적인 최초의 한류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여성들의 우상인 배용준이 출연하면서 드라마 오픈 전에 벌써 일본을 비롯한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역에 300억이 넘는 계약금을 받은 후 로열티와 2차 판권인 OST DVD,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루트에서 계속해서 수익이 창출되는 문화상품으로서의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뮤지컬 제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더 반가운 소식은 국내 방영이 끝나기도 전에 일본의 NHK위성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6개월 동안 일본 전역의 극장에서 개봉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기 얼마 전 제주도를 찾았다가 '태왕사신기' 세트장을 보고 문화산업의 좋은 인프라가 행정가와 제작시스템의 부조화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과 도로이정표에 등록된 세트장은 이미 폐쇄되어 있었고 멀리서 찾아온 많은 관광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발길을 돌렸다.

수소문 끝에 찾은 세트장에는 안내요원뿐 아니라 제대로 된 간이음식점 하나 없었다. 저잣거리에서 우리 전통음식과 출연진의 캐릭터상품을 판매하고 세트장 곳곳에서 드라마를 재연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볼거리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매출증대와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태왕사신기'가 일본 및 아시아권역에서 큰 인기를 누림에 따라 많은 관광객들이 세트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그 준비는 아직 많이 미흡했다. 제주도는 1년에 5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국제 관광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태왕사신기' 세트장 하나가 얼마나 훌륭한 관광자원인지 깨닫지 못했고 운영 측면에서도 소홀했다.

대구시는 타 도시에 비해 가장 먼저 '문화산업과'를 만들 정도로 일찍 문화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좋은 입지인 팔공산이나 비슬산 주위에 초대형 촬영지를 유치해 마땅한 관광 상품이 없는 대구의 대표 문화관광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배성혁(예술기획 성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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