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떡 같은 해안…공룡 발자국 '움푹움푹'
남해안에 물이 빠지면 1억 년의 비밀이 풀린다. 드러난 암반에는 중생대 백악기 공룡이 걸어간 흔적이 도장처럼 뚜렷하게 남아 있다. 한반도에 이런 신비한 곳이 있다니….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기암절벽, 공룡 발자국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신비감을 연출하는 이곳이 바로 상족암이다.
경남 고성군 덕명리에 위치한 상족암은 남해안 한려수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상족암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곳 바위가 밥상다리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넓은 암반(파식대)이, 두터운 퇴적암층이 시루떡처럼 쌓인 기암절벽(해식애)과 어우러져 형성한 경관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 준다.
기암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탐방로를 걸으면서 해안지형에 연방 감탄사를 쏟아내는 도중에 또 다른 자연사의 신비로움에 놀란다. 이것은 약 1억 년 전에 형성된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의 발자국으로, 인근 해안 약 4km에 걸쳐 산재한다. 1982년에 처음 발견되었고, 1999년에는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되었다. 다양한 공룡 발자국과 새 발자국 화석 등이 대량으로 산출되고 있다. 3천여 족의 공룡 발자국은 용각류, 조각류, 수각류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크기는 직경이 최대 50cm에 이르고 있다. 이 발자국들은 영화로 더욱 익숙해진 브론토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니라노사우루스 등이 만든 것이다. 이것으로 고성 지역은 브라질, 캐나다 지역과 더불어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 인정받고 있다.
빼어난 해안지형 경관과 중생대 화석 등 많은 볼거리가 있는 상족암은 체험학습 장소로 손색이 없다. 2006년부터는 이곳에서 학술적 관심과 자연사적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세계공룡엑스포를 개최하고 있으며, 고성군은 관광인프라 조성, 지역 마케팅 등을 통해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만큼 경관의 훼손도 심각하다. 우선 사람이 손으로 만지고 발로 걸으면서 발자국을 하나 둘 지워냈다. 게다가 퇴적암이 파도에 씻겨나가면서 침식에 노출되어 암반에 찍힌 발자국 화석이 차츰 사라져가고 있다. 자연이 만들고 풀어낸 비밀을 스스로 지워버리고 있는 것이다. 가치 있는 자연유산으로 많은 혜택을 받는 우리가 자연에게 되돌려 줄 것은 없는지 다함께 고민할 때이다.
백승진(영남삶터탐구연구회, 서부고 교사)
참고자료 : 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 상족암에 대한 Q/A
▶상족암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육지에서 해안으로 돌출한 곶(串)은 파랑의 침식작용이 활발하다. 이런 침식으로 만들어진 절벽은 해식애라 하고, 해식애가 육지 쪽으로 후퇴해 가는 과정에서 만든 넓은 암반을 파식대라 한다. 또, 단단한 암석은 침식에 견뎌 촛대바위 같은 시스택을 만들고, 연한 암석은 빨리 침식되어 해식동(동굴)을 만든다. 해안 침식지형이 나타나는 이런 곳은 기암절벽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때로는 노출된 파식대의 퇴적암층이 파랑에 의해 한 층씩 제거되면서 과거에 찍힌 공룡 발자국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한반도에 공룡발자국이 나타나는 지역은 어디인가?
우리나라의 주요 공룡 발자국 화석은 1억 3천만 년에서 6천만 년 사이에 형성된 중생대 백악기 퇴적암층에 집중 분포한다. 특히 해남 우항리와 의성 제오리, 고성 덕명리를 중심으로 많은 공룡 발자국이 분포한다. 중생대 백악기에 한반도 동남부는 지각변동으로 분지를 형성하고 있었는데(경상분지), 이곳에 물이 고여 큰 호수가 형성되었다. 몸집이 큰 공룡은 호숫가 늪지대를 거닐면서 발자국을 찍어 놨고,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많은 퇴적물은 겹겹이 쌓여 굳었다. 발자국은 오랜 세월 퇴적암속에 묻혀 있다가 남해의 파도가 그 비밀을 한 겹씩 파헤쳐 파식대에 노출시켜 놓았다.
▶공룡발자국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나?
우선 공룡 발자국을 통해 공룡의 종류를 알 수 있다. 공룡은 초식인 용각류, 육식인 수각류, 하늘을 나는 조각류로 구분되는데, 상족암 일대에 분포하는 공룡발자국은 용각류가 많다. 발자국의 깊이와 보폭을 보면, 공룡이 걸었는지 혹은 뛰었는지 알 수 있다. 2족 보행과 4족 보행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통해 공룡의 걸음걸이 특성을 파악할 수도 있다. 또, 공룡이 살았던 당시의 생태 환경이나 행동 습성을 추론할 수 있다. 백악기 후기 발자국 화석은 뒤꿈치를 들고 걷거나 뛰는 자세가 많은데, 이는 당시 화산 폭발이 잦았던 열악한 생태 환경이었거나, 공룡들끼리 서로 쫓고 쫓기는 과정을 반영함을 알 수 있다.
◆주변에는 이런 곳도 있어요!
▶고성공룡박물관
고성공룡박물관은 상족암 군립공원내에 고성의 대표적인 공룡 이구아나돈의 몸체를 형상화하여 건립한 국내 최초의 공룡박물관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공룡 화석 등 총 93점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광장에는 세계 최대 높이(24m)의 공룡탑과 전망대 등이 있어 자연사 체험학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송학동 고분군
고성군 고성읍 무기산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7기의 가야 고분으로 사적 제119호이다. 6세기 전반 축조된 소가야 왕릉으로 추정되며, 국내 최초로 전벽면에 붉은색 채색이 된 연도가 있는 횡렬식 석분이다. 석실 내부의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내부에서는 신라, 백제, 가야, 일본 형식 등의 다양한 토기가 출토되었다.
▶당항포 관광지
당항포 관광지는 고성군 회화면과 동해면 사이의 당항만에 있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당항포해전 대첩지로서 1592년과 1594년 두 차례에 걸쳐 왜선 57척을 전멸시킨 곳이다. 충무공의 멸사봉공의 혼이 깃든 당항포대첩지를 길이 후손에 전하고자 조성한 이곳은 1987년 11월에 개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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