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초원·사막 누비며 '몽골 속살' 렌즈에
몽골의 여정은 처음부터 험난했다. 대구MBC 김형출(42·사진 오른쪽) 허문호(40) PD가 '몽골' 10부작을 기획했을 때 몽골 관련 자료는 고작 10여 권이 전부였다. 그것도 대부분 지엽적인 사견을 다룬 책으로, 몽골의 총체적인 모습을 자료로 만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
대구 MBC에서도 베테랑으로 꼽히는 두 PD는 그래서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몽골로 떠났다.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을 몽골에 매달렸다. 통신시설은 커녕 길조차 없는 곳. 낮엔 산의 바위 모양을 따라 길을 찾고, 밤엔 별을 보며 달려야 했다. 영하 40℃의 혹한도 견뎌냈다.
그렇게 200여 일을 몽골에서 지낸 결과, 40분 분량 HD 테이프 400여 권이 남았다. 1만 6천 분, 266시간 분량이다. 그들은 "몽골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HD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몽골은 쉽게 속살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인 탓에, 일일이 촬영 허가를 받아야 해 현지 방송국도 촬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 "촬영 섭외를 위해 일주일간 새벽같이 달려가 하루종일 설득하고 매달렸어요. 결국 자신들의 문화를 이해해주니 허락해줬죠. 나중엔 오히려 고마워했어요. '우리가 못하는걸 해줘서 고맙다'면서…."
허 PD는 현지 교수들로부터 '사라지는 몽골 문화에 관한 자료를 잘 보관해달라'는 부탁까지 받았다. 허가는 받았지만 정작 촬영하는 것도 문제였다. 초원에선 게르에서 잠을 자고 사막에선 텐트를 쳐야했다. "한번은 3일 꼬박 달린 적도 있어요. 차로 18시간 이동하고 말을 8시간 타는 등 끝이 없었죠." 스태프 2명이 '곰 만한' 개에게 물리기도 하는 등 고생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금새 몽골인의 아날로그적 감성에 매료됐다. 허 PD는 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말 한 마리를 선물받았다고. "몇개월 후 다시 찾아가니 그 할아버지가 말씀했어요. '자네 말은 아무도 손대지 않았네. 오직 바람만이 그를 지났을 뿐이지.' 한 촌로의 말이 너무나 감동적이었죠."
그렇게 몽골 깊숙이 들어가본 결과, 몽골은 우리와 닮아 있었다. 숫자 개념과 샤머니즘 등 우리 문화 코드를 해독할 수 있는 비밀스런 열쇠가 몽골과 닿아있던 것.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몽골에 무관심하다. 김 PD는 현지에서 그 점이 더욱 안타까웠다.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부국인데 우리는 지금껏 너무 무심했어요. 특히 대구는 더욱 그렇습니다. 부산만 하더라도 시장이 앞장서 몽골의 한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허가권을 따냈거든요. 대구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몽골에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마다 한국어과가 있고, 한류열풍이 거세지만 정작 우리는 몽골에 대해 너무 무관심합니다. "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다른 매체와 달리 '작정하고' 내밀한 곳까지 훑어낸 몽골에 대한 최초의 카메라이니 만큼 특종이 잇따랐다고 김 PD는 이야기한다. "가는 곳 마다 최초였죠. 몽골 오지에서 찍은 몽골 최대 규모의 암각화, 샤머니즘 무당, '하얀달'이라 불리는 몽골의 설날 차강사르 등 우리가 처음 보여준 것이 많아요."
사실 몽골은 대구MBC에겐 '틈새시장'같은 곳이었다. 서울의 방송국들은 수십 억원의 제작비에다 수년간 인력을 투입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곤 한다. 하지만 지역방송사로서는 쉽게 시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젠 자신감을 얻었다. "지역이라고 못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요즘엔 전국 각지에서 몽골 관련한 질문들을 해옵니다. 반(半) 몽골 전문가가 다 된거죠."
심야 시간 다큐멘터리로는 높은 시청률인 5%까지 나오기도 했으니, 반응도 뜨겁다. 타 지역 방송사와 전문가들로부터 문의전화도 온다. 3일 10부 '몽골의 의식주'를 마지막으로 본 방송을 끝낸 후 그동안 방송하지 못했던 몽골 스페셜을 내보내고 몽골 이야기를 책으로도 엮을 계획이다. DVD도 출간, 몽골에 관한 화두를 본격적으로 던질 예정이다.
"몽골 현지 교수가, '한국인은 유목민 정신을 잃었을지 모르니 그 유목민 정신을 일깨워주라'는 말을 하더군요. 진취성이 필요한 우리에겐 적절한 화두죠. 숨겨진 보석을 찾아냈으니 이제 시작입니다. 그 곳에서 발견한 수많은 아이템이 기다리고 있으니, 다시 몽골을 찾아야죠."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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