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초교생들 '스키캠프 바람'

입력 2007-12-06 09:08:09

너도나도 참가 용품 불티…학부모 부담 우려도

"맞는 옷을 못 구해서 결국 빌려 입혀서 보냈어요. 갑자기 웬 스키 열풍이 부는 건지."

최근 대구 수성구 신매동의 한 대형소매점 지하 1층 스키용품 매장은 스키용품을 구입하려는 학부모들의 발길로 홍역을 치렀다. 스키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주변에 별로 없어 학부모들이 대거 이곳으로 몰려든 것. 이 때문에 물량이 바닥나거나 맞는 치수가 없어 결국 사지 못하고 헛걸음한 경우도 적잖았다. 놀란 것은 대형소매점도 마찬가지. 이곳 관계자는 "주력상품이 아니다 보니 구색만 갖추려 마련된 스키용품코너라 물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는데 갑자기 어린이용 스키용품을 찾아 몰려든 소비자들이 너무 많아 난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내 초교들이 5,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너도나도 스키캠프에 나서면서 스키용품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스키점퍼, 고글, 장갑 등 만만치 않은 구입비용이지만 학부모들의 입에선 "애들한테 맞는 사이즈가 없어 옷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는 것. 학부형 김모(44) 씨는 "1박 2일 일정으로 8만 원을 훌쩍 넘는 참가비와 옷 구입비까지 고려해 보니 큰 부담이었다."며 "신청자에 한해서 간다고 해 보내지 않으려 했지만 안 가는 학생이 없다는 얘기에 아이 기가 죽을까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용품을 구하지 못할 정도의 스키캠프 열풍은 올해 특히 수성구 초교를 중심으로 불어닥치고 있지만 해당 교육청은 '학교 고유의 권한'이라는 이유로 스키캠프 참가 학교 현황을 파악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연초 교육계획서를 짤 때 현장체험학습을 포함한다."며 "통상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교육계획서가 만들어지지만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기 때문에 시교육청에서 자세한 것까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성구의 스키캠프가 자칫 어린 학생들에게 비교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수영을 현장체험학습으로 선택했다 올해 처음으로 스키캠프를 가기로 했다는 수성구 한 초교 교장은 "학부형들이 스키캠프를 가자고 해 반영한 것"이라며 "다른 학교는 스키를 타러가는데 이 학교는 왜 안 가느냐고 하면 난감해진다."고 말했다.

반면 달서구 월성동의 한 초교 역시 올해 처음으로 스키캠프 현장체험학습을 계획했지만 비용 등의 문제에 부닥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품준비는 물론 특별비상금 등을 포함해 1박 2일 일정으로 들어가는 돈이 20만 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

북구의 한 초교 경우 연간 4회 갖는 현장체험학습을 모두 당일 일정으로 끝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비용문제도 있고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학교장 재량으로 역사탐방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정금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구지부 정책실장은 "스키캠프 같이 돈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을 굳이 학교가 중심이 돼 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경비 문제도 고려해봐야 하는데 되도록 다수의 학생이 참여할 수 있고 경제적 문제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프로그램을 공교육이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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