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안 통하는 대구 통신골목 간판

입력 2007-12-04 08:52:00

불법규격 철가 한달째 지지부진…"개성 살리자" 업체 반발

▲ 대구시내 동성로 통신골목의 간판 정비를 두고
▲ 대구시내 동성로 통신골목의 간판 정비를 두고 '법대로 집행이냐', '개성존중이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3일 오후 대구 중구 봉산동 속칭 '통신골목'. 행정기관의 강력 단속 의지에도 여전히 불법 간판 천지였다. 가게보다 더 큰 간판이 걸려있는가 하면 2, 3개를 한꺼번에 빼곡히 걸어놓은 가게, 심지어 간판 위로 대형 현수막까지 설치해 놓은 곳도 있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 간판. 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은 "구청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우선 지켜보자는 판매점도 있고, 일부는 간판을 뜯어내고 규격에 맞춘 곳도 있는 등 가지각색"이라며 "버틸 만큼 버텨보자는 가게가 많은데 이는 법대로 간판을 바꾸게 되면 개성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간판 크기가 가게 수입으로 곧바로 연결된다는 것. 이 때문인지 간판을 뜯어놓고는 그 자리에 간판 크기 만한 현수막을 대신 걸어놓은 곳도 있을 정도였다.

대구 중구청의 '동성로 간판시범거리 조성'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중구청이 지난달부터 통신골목 불법 간판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철거 행정 대집행에 들어갔지만 업체의 반발과 형평성 문제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구청에 따르면 이곳의 철거 대상 불법광고물은 모두 228곳. 그러나 한 달 넘도록 간판을 교체하거나 철거한 곳은 20곳도 되지 않는다.

중구청 주택건축과 광고물계 담당자는 "솔직히 '소수의 생계냐 다수의 질서 정립이냐'를 두고 고민이 많고 철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며 "통신골목의 판매점 관계자들이 10번도 넘게 찾아와 자율정비를 하겠다고 해 맡겼는데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간판 정비를 위해 간판을 떼내자 뒤에 숨겨져 있던 슬레이트 지붕이나 엉킨 전선들이 더욱 미관을 해친다는 것. 게다가 상인들은 다른 거리의 불법 간판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개성만점(?)'의 간판을 일률적으로 만드는 데 오히려 분통을 터뜨리고 있어 간판 정비 사업이 더욱 소원한 상태다.

김원규 대구통신골목협의회 부회장은 "대구 통신골목의 간판은 개성만점의 문구와 디자인으로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고 이곳의 간판 크기는 곧 수입으로 직결되는 만큼 구청에서도 서민들을 위해 도와줘야 한다."며 "큰 간판의 경우 700만 원에서 1천만 원 가까이 비용이 든 만큼 가게들의 사정도 이해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구청은 지난해 행정자치부의 간판시범거리 우수지자체로 선정돼 교부세 2억 원과 구비 3억 원을 포함한 12억 7천만 원의 사업비를 확보, 특색있는 거리 만들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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