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바랜 갈대밭, 안개 낀 숲, 먹구름 가득한 하늘, 기운을 잃은 연꽃과 물 위로 떨어진 낙엽…. 12월 초에 만나는 이런 풍경은 마음 한가득 애잔함을 전한다. 그 속에 간간이 끼어드는 마네킹의 모습은 가슴 가득한 슬픔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지난 2001년 누드 사진 파동으로 전시회가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던 사진가 노현혜가 만 6년 만에 개인전 '나에게로 가는 길'을 10일까지 송아당화랑에서 연다. '삶에 대한 허망함과 허허로움, 분노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기록'이라는 이번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네킹은 바로 작가의 분신이다.
'자신의 또 다른 표현'을 위해 찍은 자화상의 주인공으로 생명이 없는 마네킹을 정했다. 그것도 얼굴도 없는 마네킹을 골랐다. 주위의 권유에 따라 그는 이 마네킹에 화장을 하고 머리에 머플러를 둘러 주었다. 작품 속에는 붉은색도 등장한다. 활기찬 느낌이 사뭇 다른 연출이다.
노현혜는 이에 대해 "자연이나 마네킹 작업을 하면서 우울한 내면이 드러난 것 같다. 외부적으로는 활달한 모습을 붉은색으로 조합해 냈다. 이런 양면적인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전의 '붉은 방' 작업과 이와 관련된 개인적인 시련과 상처도 담은 부분이다. 이를 통해 숲과 벌판에 내던져진 마네킹처럼 "현실에서 도피할 수 없지만 스스로를 엄습해 오는 그 모든 상황을 견뎌내야만 하는 벌판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053)425-6700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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