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벽보 훼손 마세요"…초교생 낙서·장난 많아

입력 2007-12-03 10:39:15

▲ 3일 오전 대구시 서구 비산 5동 주택가 담벼락에 게시된 대선후보 선전벽보 일부가 훼손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 3일 오전 대구시 서구 비산 5동 주택가 담벼락에 게시된 대선후보 선전벽보 일부가 훼손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17대 대선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 대구시내 곳곳에서 대선 후보 벽보 훼손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초교생들에 의한 훼손이 많아 처벌하지도 못하는 등 경찰이 고심하고 있다.

3일 오전 8시쯤 대구 북구 노곡동 한 골목길에 붙어있던 대통령 후보 선전벽보 중 기호 2번 이명박 후보의 벽보가 뜯겨 나간 것을 한 시민이 신고, 경찰과 동사무소, 선관위 등이 조사에 나섰다. 달서구의 경우 선거 벽보를 붙인 뒤 만 하루 만인 2일 무려 5곳에서 선거벽보가 훼손된 채 발견됐다. 상인동 한 유치원 부근에서 기호 1, 2번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것을 비롯해 상인동 한 어린이공원과 공터 담벼락, 심지어 송현동 동사무소 옆에 붙은 것까지 훼손된 채 발견된 것.

서구 비산1동, 비산5동, 평리동 등 세 곳의 벽보도 지난 주말 동안 후보 얼굴 부분이 잘려나가거나 비닐로 덮여 있던 특정 후보의 벽보가 통째로 사라졌다. 1일 오후 수성구 만촌동 대선 벽보에서도 후보 두 명의 사진이 훼손된 것이 발견돼 경찰이 지문 감식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초교생들의 벽보 훼손도 잇따랐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2일 오후 3시 40분쯤 북구 산격동 한 철제 울타리에 붙어 있던 대통령 후보 선전벽보 중 3장을 훼손한 혐의로 B군(12) 등 초교생 3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이 낙서 등 장난을 친 것으로 보고 귀가 조치시켰다. 수성경찰서도 1일 오후 2시 40분쯤 대구 수성구 만촌동 한 대선 벽보에서 모 대선 후보의 눈 부위 사진을 훼손한 혐의로 A군(10)을 붙잡아 조사한 뒤 훈방했다. 이에 경찰은 초교생들의 비슷한 장난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대구 교육청에 학생 지도를 요청할 예정이다.

대구 한 경찰서 간부는 "지난 5·31 총선 때에도 현수막, 벽보 훼손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번 대선의 경우 벽보 훼손이 유독 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대책회의를 갖고 순찰 강화 지시를 내리는 한편 벽보, 현수막 등 훼손 행위자를 붙잡거나 신고하는 시민에 대해선 최고 200만 원의 신고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군 선관위들도 훼손된 벽보의 당사자인 대선 후보들에게 새로운 벽보 대체 여부를 묻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대구시내 벽보 작업은 30일 모두 마무리됐는데 작업이 끝나자마자 하루 이틀 만에 훼손이 잇따르는 것은 지난 대선·총선 등과 비교해 이례적"이라며 "하루 4, 5건씩 신고 전화가 들어와 선거감시단들이 자체 점검을 벌이는 한편 대구 경찰청에도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벽보를 훼손한 초교생들의 경우 형사 미성년자라 훈방 조치하고 있지만 공직선거법 240조 1항에 따라 대선 벽보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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