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고 은행에서 돈 빌리려는데 이자가 너무 올랐어요." (회사원 A씨)
"설비를 하나 넣을려고 하는데 은행에서 이자를 너무 많이 달라고 하네요." (제조업체 B대표)
"어이쿠, 이자를 이렇게나 많이 쳐줘요? 어서 돈들고 와야겠네." (가정주부 C씨)
대출이자와 예금이자가 동시에 폭등하면서 '탄식의 목소리'와 '행복한 비명'이 교차하고 있다. 시중의 '돈 값(금리)'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 넘쳐나는 시중의 돈이 갈 곳이 없어 주식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던데, 이제와서 돈이 모자라 돈 값이 비싸지다니! 금융전문가들은 외국에서 불어온 '금융 불안정' 현상에다 '우리나라 내부 자산의 쏠림 현상'이 겹쳐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특히 금리 급등 현상은 내년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내년 설을 앞두고 자금시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꼭대기를 모른다
대구 중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삼화두리저축은행은 3일부터 1년짜리 정기예금(베스트 정기예금) 이자율을 연 6.8%까지 끌어올렸다. 종전에 5%후반대가 최고였는데 최근 금융권이 앞다퉈 이자를 올려대자 이 저축은행도 금리를 대폭 올렸다. 6.8%의 이자는 현재 대구경북권 금융기관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경북 안동의 참앤씨저축은행도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6.69%고 대구의 유니온저축은행도 1년짜리 정기예금금리가 6.16%로 역시 6%를 넘어섰다.
시중은행도 이에 뒤질세라 금리 올리기 경쟁에 가세, 국민은행은 와인정기예금 특판을 통해 정기예금 금리를 6.1%까지 올렸다.
수도권에서는 금리폭등현상이 더 심하다. 한국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7.12%인 것을 비롯, 대영저축은행도 7.12%를 주고 있다.
금리 오름세는 대출에서도 마찬가지.
대구은행은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평균 0.1%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9.61%로 10%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미 8%대가 평균금리다.
중소기업들이 빌려가는 돈값도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한 중소기업대출금리는 전달보다 0.07%포인트 오른 연 6.93%를 기록, 2001년 10월(연 6.96%) 이후 6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돈값, 왜 이리 비싸나?
'은행 금고에 돈이 없다'는 현실이 금리를 폭등시킨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말부터 돈이 은행권 예금을 이탈, 펀드 및 주식직접투자 자금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은행들은 대출할 돈이 모자랐다. 심지어 일부 대형은행은 지난달 '돈이 부족해' 지급준비금을 맞추지 못하는 사례도 나왔다. 자금 부족 현상이 심각해진 것이다.
'돈 비상'이 걸린 은행들은 CD를 찍어내거나 은행채를 발행해 대출재원을 마련해야했다. 그러나 CD나 은행채를 워낙 많이 찍어내다보니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았고, 결국 은행들은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해 CD나 은행채를 사가면 종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이자를 쳐주겠다고 '세일'에 나섰다. 결국 CD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게됐고 덩달아 시중 금리도 오른 것이다.
CD금리 경우, 지난해 이맘때 4.60%였으나 불과 1년만에 1%이상 폭등, 최근 5.60%대에 이르렀다.
대구시내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은행들이 투자의 시대로의 이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예금이 빠지는 상황에서 대출경쟁을 벌여 유동성 부족을 가중시켰다."며 "더욱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이 오면서 은행들이 해외에서 기채를 제대로 발행하지 못한 것도 유동성 부족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펀드 시장으로 들어가는 돈은 더욱 늘고 있다. 지난 10월말을 기준으로 전체 펀드계좌가 사상 처음으로 2천만 개를 넘어서면서 국민통장으로 자리매김한 것.
지난달 30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전체 간접투자 계좌수는 전달 말보다 198만 8천444개 늘어난 2천119만 7천907개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주식형펀드 계좌는 약 71%인 1천502만 8천818개를 차지했다. 일정기간 저축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적립식펀드 계좌는 한달 동안 122만 6천개 증가한 1천336만 개에 달했다. 적립식펀드의 판매잔액은 전달 말의 42조 8천160억 원보다 4조 4천150억 원 늘어난 47조 2천312억 원로 커졌다.
전체 펀드와 적립식펀드 계좌 수는 2005년 3월 간접투자자산에 대한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하춘수 대구은행 수석부행장은 "투자상품시장으로 돈이 지나치게 빨리 쏠림으로써 금융시장의 혼란이 빚어지고 금리가 갑자기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최소한 내년 1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금리가 이런 방향으로 급등하면 중소기업들이 금리부담으로 자금을 쓰지 못하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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