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전남의 날카로움에 무너져…FA컵 준우승

입력 2007-12-03 08:59:37

포항 스틸러스가 전남 드래곤즈에 FA컵 우승을 내주며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2관왕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2일 포항 전용구장에서 열린 '2007 하나은행 FA컵 축구선수권대회' 결승 2차전에서 포항은 전남에 1대3으로 패배, 1차전 2대3 패배에 이어 전체 3대6으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남은 송정현이 2골을 넣는 등 맹활약하며 사상 처음으로 FA컵 대회를 2연패, 2억 원의 우승 상금과 함께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1997년 FA컵 대회에서도 우승했던 전남은 1996년 시작돼 12회째를 맞은 FA컵 대회에서 3차례 우승, 전북 현대와 함께 최다 우승팀이 됐고 전남 허정무 감독 역시 FA컵 3회 우승 감독이 됐다.

포항으로선 선취골이 시급했지만 전반에 경기 주도권을 내주며 오히려 끌려갔다. '공격의 핵' 따바레즈가 전남 김태호의 수비에 막히고 노장 김기동마저 예기치 않게 전반 초반 부상으로 교체되며 특유의 짧고 빠른 패스가 보이지 않았다.

중거리 슛과 역습으로 공방전을 벌이던 양 팀은 전반 35분 전남 송정현의 첫 골로 균형을 깼다. 이상일이 대각선으로 찔러준 패스를 건네받은 송정현은 포항 수비수 이창원을 제치고 오른발로 슛, 포항의 골망을 갈랐다.

후반 들어 슈벵크 대신 황진성을 투입한 포항은 3분 만에 반격의 계기를 만들었다. 오승범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전남 골키퍼 염동균의 손에 맞고 나오자 황진성이 달려들며 슛, 동점 골을 뽑았다.

이후 공격이 살아난 포항은 고기구 대신 '해결사' 이광재를 투입하며 10여 분간 빠르고 현란한 패스로 전남을 몰아부쳤으나 추가 골을 뽑지 못했다.

전남은 이규로와 임관식을 차례로 투입, 포항의 공격을 견뎌내며 공·수의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반격에 나섰다. 전남은 중간에 공을 끊어 포항 수비망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는 빠른 역습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는 볼 점유 시간을 늘이면서 효과적으로 공격 속도를 조절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다급해진 포항이 추가 골을 위해 공격에 치중하던 후반 35분, 전남의 빠른 역습에 이은 결정타가 터졌다. 결승 1차전에 이어 이날도 맹활약한 전남의 왼쪽 윙백 김치우가 왼측면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날리자 송정현이 골문 앞 가운데에서 수비 저지를 뚫고 미끄러지며 볼을 터치, 골망을 뒤흔들었다.

포항은 추격의 힘을 잃어버렸고 후반 38분에는 전남의 산드로가 골문 정면에서 중거리슛으로 세번째 골을 기록,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전남 우승의 수훈갑 송정현과 산드로, 공·수에서 맹활약한 이상일은 모두 대구FC에 있다가 전남으로 이적한 선수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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