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공간 탈피 풍물좌담회, 한자·영어교실 운영
26일 대구 북구 동천동 화성센트럴파크 경로당.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판'이 벌어진 듯 풍물 소리가 요란했다. '덩더쿵 덕 쿵, 얼쑤! 조오타~!' 신명나는 두드림에 걸쭉한 추임새가 곁들여지자 노인들의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늦가을 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손바닥과 열채를 연방 놀려 대던 노인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렀다. 이곳에서는 비정기적으로 경로당 회원들의 풍물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또 방학 때면 동네 아이들을 위한 한자교실도 열린다. 경로당 노인들이 1주일에 세 번씩 인근 아이들에게 삼강오륜이나 천자문 등을 가르치는 것. 이종구(73) 경로당 회장은 "경로당이 노인들의 휴식 공간에서 탈피,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올 겨울 방학에는 영어교사를 초청해 영어·한자 교육을 동시에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로당이 변신하고 있다. 노인들의 단순한 휴식·여가 공간에서 일터나 자원봉사 등 다기능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대구시내 각 구·군도 시설 현대화나 이용 인구 확대, 일거리 제공 등 각자 특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달성군은 경로당 일자리 사업에 한창이다. 달성군은 지난 7월 지역의 모 자동차 부품회사와 협약을 맺고 현풍면 한 경로당에 노인 공동작업장을 마련했다. 군 소유의 임시건물을 개조한 공동작업장에서는 노인 23명이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부품 하청 생산을 한다. 이곳 관계자는 "노인들이 일을 하면 얼마나 하겠냐는 편견 때문에 초기에는 일감이 그리 많지 않았다."며 "그러나 솜씨도 젊은이들 못지않고 성실함까지 더해지면서 요즘 들어 일거리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쇼핑가방 제작이나 자동차 부품조립, 낚시 밴드, 양파망 제작 등을 하는 경로당 공동작업장은 달성군에서 34곳이나 되고 일하는 노인들은 450여 명에 이른다. 달성군 관계자는 "용돈 벌이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체력 유지와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돼 경로당 일자리를 계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초단체들도 앞다퉈 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거나 계획을 내놓고 있다. 북구청은 매월 2, 3차례씩 경로당 순회 봉사를 하고 있다. 지역협력교회를 지정, 단학이나 기공체조, 수지침 강습과 건강검진을 해주고 있는 것. 동구청은 '사랑 가득한 경로당 이야기'를 목표로 보건소와 건강보험공단, 동구생활체육협의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1초교 1경로당' 결연 등을 추진하고 있다. '명품경로당'을 내세운 중구는 4천800만 원을 투입, 지역 경로당 33곳에 벨트 마사지기와 좌석 사이클 등 운동기기와 물리치료기를 보급했다.
서구와 수성구는 공동작업장의 운영을 점차 확대하고 있고, 남구는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달서구는 경로당을 어르신 전통문화 축제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각 구·군에서 경로당 순회프로그램 관리자를 지정하면서 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각 구·군별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괜찮은 부분은 다른 기초단체에도 도입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내 경로당은 1천236곳으로 65세 이상 회원 수는 6만 5천여 명에 이른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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