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등 각계 원로 21명이 어제 대선 정국을 걱정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17대 대선 정국은 극도의 정치 불신과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가운데… 근거 없는 음해나 중상모략은 삼가고, 정책토론을 통한 선거문화의 선진화와 국가적 품위 고양에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원로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번 대선이 기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국민 공지의 사실이다. 국가 비전과 정책, 공약은 간 곳 없고 후보들은 BBK 공방만이 나라의 살길인 양 목을 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김근태 같은 이는 각종 추문에 휩싸인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가 여전하자, 국민들이 노망했다는 발언까지 했다. 게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의 길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국민을 무시하고 나라를 동강내는 발언들이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대통령 선거가 수백억 원을 횡령한 한 사기꾼의 행각에 출렁댄다는 것은 비극이다. BBK 의혹은 풀려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대선의 모두로 알고 다른 국가적 담론들을 형식화해서는 곤란하다. 국가의 자존심과 정치문화를 진창에 처박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의혹 제기와 방어만으로도 국민들은 염증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나머지는 검찰 수사에 맡기고 진정으로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비전과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네거티브에 대한 집착도 버릴 때가 됐다. 김근태 씨의 발언 요점은 '이유 있는' 네거티브가 먹히지 않으니 국민이 노망들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무능한 정권을 운영했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성찰이 앞서야 한다. 네거티브로 집권한 참여정부의 원죄에 대한 고백과 반성은 왜 없었는가. 자업자득으로 아는 겸손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 또한 우리 정치문화를 냉전시대 이전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국가의 품위를 떨어트리는 데 전직 대통령이 앞장서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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