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교내 피습사건 이후…달라진 캠퍼스 풍속도

입력 2007-11-27 09:29:19

시험 앞두고도 밤 10시면 귀가행렬…태우러 오는 차량 줄잇기도

"이유도 없이 그냥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잖아요. 자칫하면 생명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데 안심이 안 되죠."

26일 오후 10시쯤 경북대 중앙도서관. 가방을 멘 학생들의 귀가 행렬이 이어졌다. 12월 초에 있을 기말고사를 1주일 정도 앞둔 시점이어서 예년 같으면 공부하는 학생들로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북적여야 할 시간대지만 모두 귀가를 서둘렀다. 시내버스가 끊기기 전에 귀가하려는 탓도 있지만 최근 발생한 캠퍼스 내 살인미수 사건 때문이란 게 학생들의 얘기.

새벽 시간 귀가하던 여대생이 대학 캠퍼스 내에서 괴한의 흉기에 찔린 사건(본지 11월 17일 4면 보도) 이후 학생들의 귀가 시간과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실제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도서관에 빈 자리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4천여 명의 재학생 및 졸업생 등이 이용하는데다 기말고사를 앞둔 상황이라 더욱 이례적인 현상. 인문대 4년생인 J씨(27)는 "좀 더 공부하다 가려고 했는데 일찍 나섰다."며 "남자지만 늦은 시간에 혼자 캠퍼스를 다니는 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캠퍼스 내 안전 이동을 위한 'KNU 119'까지 등장했다. 야간에 학내에서 학생이 호송을 요청하면 정문 및 북문에 근무 중인 경비근무자가 오토바이로 교문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이다.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을 빼곡히 적어놓은 플래카드까지 겨울 칼바람에 을씨년스럽게 펄럭이다 보니 술자리 역시 '일찍 파하자.'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3학년 S씨(25)는 "친구나 선후배 등과 술자리를 하더라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살인미수 사건"이라며 "그 얘기가 나오는 순간 다들 일찍 집에 가자는 의견이 모아진다."고 했다. 오후 10시를 넘기지 않는 술자리가 많아졌다는 것.

심지어 고교생들처럼 직접 태우러 오는 차량까지 생겨났다. 오후 11시쯤 되자 중앙도서관 부근에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태우러 오는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딸아이를 집에 일찍 오게끔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기말고사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이렇게 직접 태우러 오기로 했다."며 "경찰이 순찰을 돌겠다고 했지만 안심이 되질 않아 차를 몰고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캠퍼스 내 이동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중앙도서관에서 기숙사까지 잰걸음으로 5분이면 충분하지만 최근 사건이 발생한 곳과 가깝다 보니 늦은 시간에는 발길이 뜸해졌다는 것. 여학생기숙사에 있는 한 학생은 "최대한 조명이 환한 곳으로 다니는 건 물론이고 친구와 같이 오거나 남자 선배 등에게 바래다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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