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냐 뇌물이냐] 국내에선? 해외에선?

입력 2007-11-24 07:24:47

♠ 뇌물, 국내에선 이런 일이…

"돈이나 상품권은 고전(古典), 뇌물도 진화를 거듭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제약사들의 각종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보면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다. 제약사들은 병원과 약국, 의사들에게 약 처방을 부탁하면서 관행적으로 현금,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골프 접대와 여행 경비를 지원해왔다. 또 억대의 의료기기 뿐 아니라 세미나나 행사비, 광고비까지 대신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제약사는 종합병원 이비인후과의 자사 제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매달 회식비를 지원하는 한편 일본에서 학회가 개최되자 병원 교수들에게 항공료와 숙박료 뿐 아니라 골프 접대까지 했다. 어떤 제약사는 병원과 소속 의사들에게 항생제, 소화제 등 처방실적과 비례해 450만 원 상당의 빔 프로젝트와 250만 원짜리 노트북 또는 매출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지원했다. 의사가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원하는 물건을 말하면 대신 구입해 제공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제약사는 자사 제품의 신규채택 대가로 한 병원에 93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원하고, 4개 병원에는 진통소염제에 대한 특별판매 약정으로 1천300만 원 규모의 주유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 뇌물, 해외에선 이런 일이…

'1만 원 VS 930 억원.'

우리나라에서는 한 경찰관이 교통단속 과정에서 1만 원을 받아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대가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중국 마카오를 떠들썩하게 한 어느 관리의 독직(瀆職)사건을 보면 그 엄청난 뇌물액수에 입이 딱 벌어진다. 작년 11월 덜미가 잡힌 어우원룽(歐文龍) 전 마카오 교통운수국장(건설교통부장관 격)은 2000년부터 작년까지 7년 동안 8억 홍콩달러(약 930억 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에게 뇌물수수·돈세탁·권력남용 등 76개 범죄 항목을 적용했으며, 그의 아버지와 친척 등 15명도 공범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2005년 마카오에서 열린 동아시안게임 대회장 건설과 올 8월 완공된 베네치안 리조트 건설 등 41개 대형 건설프로젝트에 대부분 관여, 공사비의 3~10%를 소개비 또는 급행료 명목으로 챙겼다. 동아시안게임 경기장 한 건으로만 5천 만 홍콩달러(약 58억 원)를 받았으며 내연녀에게는 30만 파타카(약 3천400만 원)짜리 다이아몬드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 대한상의 '뇌물-선물 구별법'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뇌물과 선물 구별법'으로 3가지 해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첫째는 수면판별법. 받고서 잠이 잘 오면 선물, 잠이 오지 않으면 뇌물이란 것이다. 두 번째는 미디어 판별법. 언론에 보도됐을 때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되면 뇌물이라는 풀이다. 세 번째는 지위판별법으로, 직책을 옮길 경우 줄어들 것으로 판단되면 뇌물이라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상의가 내놓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떡값'은 뇌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면판별법은 개인의 양심과 양식의 정도, 수면행태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잣대를 대기 힘들다. 하지만 미디어 판별법에 따른다면 떡값으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날 정도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뇌물로 봐야 당연하다. 또 한 기관의 수장 혹은 특정한 직위에 있기 때문에 받는 것인 만큼 뇌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는 풀이도 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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