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때, 분홍스웨터에 감색치마입고 쌀쌀한 날씨에도 수학여행 간다는 기분에 마냥 신이 났다.
코스모스 예쁘게 핀 학교 앞길을 출발해 경주로 향하는 우리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교가도 부르고 교과서에서 배운 노래들을 죄다 불렀다.
도로 위의 차들도 손을 흔드는 사람들도 모두 우리를 반가워하는 듯했다.
첫날 경주 박물관, 첨성대, 안압지를 둘러보고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식사시간, 모두들 기대했는데, 큰 냄비에 무가 가득 꽁치조림인지 무 조림인지 서너 조각의 생선토막을 서로 먹으려고 쟁탈전이 벌어졌다.
요즈음 먹을거리가 흔해도 그때의 맛은 나지 않으니 왜 그럴까?
콩나물, 콩자반, 김치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맛은 꿀맛이다. 작은 방에 10명씩 자야 하지만 아무도 걱정하는 친구도 없다. 먹는 게 부실해도 잠자리가 좁아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행 왔다는 그 시간에 모두들 흥분해있었으니까.
밤이 되어 잠을 자면 누군가 와서 얼굴에 낙서 할거라는 소문에 선뜻 잠들지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 노크를 했다. 문을 여니 옆 숙소에 있는 남학생들이었다.
중학생 교복을 입고 있어 잔뜩 겁을 먹고 아무 말 못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니가 반장이니 나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문밖에 나가니 "우리는 영해에서 왔는데, 펜팔하면 어때?"(그때 펜팔이라는 소리를 처음 들은 것 같다.)
"우린 그런거 몰라예."작은 소리로 겨우 말하니 남학생들은 준비해온 주소를 적은 쪽지를 여러 개 건네주었다. 나는 학교이름만 일러주고 방으로 들어와 쪽지를 하나씩 펴보면서 가슴 설레던 생각하니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아!!그때 그 남학생들도 우리처럼 중년이 되었겠네.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준 그 친구들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여종희(대구시 남구 대명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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