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오랜만에 갔다 온 주왕산

입력 2007-11-24 07:38:56

하루하루 생활이 바빠 여행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지내다가 일주일에 두 번씩 한 곳에서 장사를 하는 일명 된장 아지매 내와가 매일 돈만 번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이 가을이 가기전에 단풍놀이나 한번 가자는데 우리 내외와 헛개 아지매가 적극 찬성하여 지난 10월31일 주왕산으로 가을 여행을 갔었다.

대구에서 영천을 지나 청송으로 가는 길목 과수원에 빨갛게 익은 사과들이 가지가 부러질 듯 올망졸말 달려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얼굴을 내 미는데 남의 것이지만 하나 따서 한 입 깨물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채 청송가는 길은 왜 그리 곱고 정겨운지, 산 꼭대시에서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어느새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어귀 은행나무까지 노랗게 물들어 놓았고 바람이 불어오니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잎은 내 유년 시절 학교 운동장 한 귀퉁이에 있었던 은행나무와 너무 똑 같았다. 그 은행나무도 이때쯤이면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써다써다 하는 수 없이 떨어져 운동장을 노랗게 수놓았었는데….

한참을 달려 무슨 고개인지 몰라도 꽤나 높은 고개 정상에서 된장 아지매가 준비해온 돼지수육과 헛개 아지매가 옥상에서 직접 키웠다는 야채를 곁들여 먹은 돼지고기 맛은 천하의 일품이었다. 고기로 배를 채운 우리들은 즐겁게 주왕산에 도착하니 휴일도 아닌데도 사람들은 인산인해였고 붉게 물든 산을 배경으로 웅장하게 솟은 바위를 등지고 기념 사진 찍기가 여기저기서 찰깍 찰깍….

우리들도 오랜만에 여행이라 다함께 사진 한 장을 찍고 제1폭포에 이르니 와∼맑고 맑은 물에 비치는 주의에 비경들 감탄이 절로 쏟아지더군요. 제2 제3 폭포를 돌아 약간의 등산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은 그 동안 쌓였던 마음에 심심들을 확 풀어주어 너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몇 일 뒤 만난 된장아지매 내외는 안 하던 등산을 해 입술에 물집까지 생겼다면서 그 날 정말 즐거웠데요.

정성필(대구시 달서구 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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